사설 / 산재 기업들의 국회 청문회를 통해 실천 기회되길
사설 / 산재 기업들의 국회 청문회를 통해 실천 기회되길
  • 시정일보
  • 승인 2021.02.2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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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중대재해처벌법의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국회가 사상 처음으로 청문회를 열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2일 개최한 산재관련 청문회는 포스코, GS건설, 쿠팡 등 산업재해 다발 재조. 건설. 택배업 9개사의 대표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의원들의 질의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에게 집중됐다. 포스코의 산업재해를 두고 “내구연한 10년이 더 지난 대규모 설비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포스코는 시한폭탄” 이라는 노웅래 의원의 지적도 따랐다. 최근 포스코는 2019년 산재 발생을 5건이나 보고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강은미 의원은 “포스코 노동자들의 특정 암 발생률이 일반인보다 크게 높은데도 지난 7년간 1만2693건 작업환경 측정에서 단 1건도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포스코 부속의원의 ‘셀프 측정 결과’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불시 측정을 해서 측정기관이 업무를 제대로 했는지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쿠팡은 노동자 산재 인정을 방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임종성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근로복지공단에 노동자의 산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출한 비율은 28.5%로, 전체 사업장 평균(8.5%)의 3배가 넘었다. 하지만 쿠팡이 불인정 의견을 낸 사건들 중 78%는 산재로 인정됐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불안전한 (시설) 상태는 투자를 해서 많이 바꿀 수 있지만 노동자의 불안전한 행동은 바꾸기 어렵다”고 말했다가 산재 책임을 노동자 개인 책임으로 돌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 대표이사는 뒤늦게 “비정형화 작업이 많아서 표준작업 유도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는데 오해를 불러일으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산재 관련 청문회가 국회사상 처음 개최된 것은 진일보한 일이다. 다만, 일회성으로 목소리만 높은 청문회가 돼선 안 된다. 청문회를 계기로 불명예스러운 산재국을 벗어나는 기회가 돼야 한다. 청문회에서 머리를 숙인 기업인들의 자세는 노동자의 시각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노동부도 이날 청문회의 청문발언과 다짐을 실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산재의 가장 큰 요인은 건설현장의 하청, 재하청 구조다. 기업들은 구조적 모순에 책임을 통감하고 실천해야 한다. 강한수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 위원장은 “발주 원청사가 수십개 하청사에 공사를 하도급하는 것”을 문제로 지적한다. 하청사의 건설노동자들은 어떠한 위험에 처해 있는지 모른 채 산재를 당하고 목숨을 잃고 있다.

국회의 청문회가 제도정비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 산재의 뒤에는 늘 인재라는 지적이 따랐다. 인재를 막는 것은 제도와 기업경영자의 노력에 달려 있다. 국회청문회가 열린 2021년 2월22일이 산재 예방에 새로운 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