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말 한마디로도 천지의 조화를 깨뜨릴 수 있어
시청앞 / 말 한마디로도 천지의 조화를 깨뜨릴 수 있어
  • 정칠석
  • 승인 2021.04.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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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정칠석 기자] 有一念而犯鬼神之禁(유일념범귀신지금)하며 一言而傷天地之和(일언이상천지지화)하며 一事而釀子孫之禍(일사이양자손지화)하나니 最宜切戒(최의절계)니라.

이 말은 ‘한 가지의 생각으로 하늘의 계율을 범하게 되고 한 마디의 말로 천지의 조화를 깨뜨리며 한 가지의 일로 자손의 불행을 빚는 수가 있다. 깊이 경계해야 할 일’이라는 의미이다.

생각과 말과 일이 서로가 연계되어 있다. 생각 없는 말이 있을 수 없고 말없이 어떤 일이 이루어 질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일은 시시각각으로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생각은 나름대로의 갖가지 말을 만들어 내기 마련이다. 세치의 혓바닥으로 다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우리의 옛말이 있다. 말은 그만큼 어렵고 무거운 것이다. 말은 그것이 내뱉아졌다는 사실만으로 경우에 따라선 정신적인 사슬이 되고도 남는다. 사불급설(駟不及舌)이란 말이 있다. 논어에 나오는 말로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빠른 마차라도 혀의 빠른 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말은 한 번 하면 빨리 퍼지고 또 취소하기도 어려운 만큼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다. 말뿐이 아니다. 말도 그렇지만 생각 또한 신중해야 한다. 신중한 생각에서 신중한 말이 나오고 신중한 행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행동은 입보다 크게 말한다는 영국의 격언도 있지만 행동 하나하나에 상황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곳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싶다.

작금에 4·7 재보선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우려했던 대로 여야 간 막말과 비방, 고소·고발로 급격히 혼탁해지고 있다는 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국회 법사위원장도 지원유세에서 “내곡동 땅이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거짓말하는 후보, 쓰레기인가 아닌가. 쓰레기다”라며 “4월7일 쓰레기를 잘 분리수거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또한 오세훈 후보도 문 대통령이 “우리 경제가 올바르게 가고 있다”고 한 것을 겨냥해 “중증 치매 환자 넋두리 같은 소리”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부산은 3기 암환자 같은 신세”라며 “훈수 전문가가 수술 맡으면 죽을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부산 경제를 살리겠다는 뜻이겠지만 사경을 헤매는 암 환자들에겐 큰 상처가 됐을 것이라 생각된다. 말 한마디 잘못으로 얼마나 많은 표를 잃을 수 있는지 철저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비방·욕설을 동원한 막말정치, 마구잡이 소송은 이제 우리 정치판에서 완전히 퇴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각 후보들은 역대 선거에서 막말이 일으킨 폐해와 역풍을 다시 한 번 되새겨 시민들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과 공약으로 유권자의 수준을 존중하는 품위 있는 선거운동을 펼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