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가의 품격, 정치의 품격
기고/ 국가의 품격, 정치의 품격
  • 서희경 국가발전정책연구원 문화예술위원장
  • 승인 2021.04.0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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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경 국가발전정책연구원 문화예술위원장(상임위원)
서희경
서희경

[시정일보] ‘얼굴’의 옛말은 ‘얼골’이고, 얼골은 ‘얼꼴’에서 왔다는 말이 있다.

얼굴은 ‘얼의 꼴’, 다시 말하자면 ‘영혼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얼굴은 그 사람의 영혼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다. 마음에는 진심과 욕심이 공존한다. 사람이 가진 진심에 욕심이 조금씩 영역을 차지하려는 사투를 벌이겠지만 그 욕심이라는 것은 끝이 없어 참으로 마음을 힘들게 하니 자신의 진심을 찾는 것이 도(道)라는 영역으로까지 여겨지곤 한다. 이런 얼굴과 마음의 형태는 개인이나 단체나 국가에 이르러서도 품격으로 나타난다.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우리나라 기업 총수들을 향해 “냉면이 목에 넘어 가냐”는 독설을 퍼부었고, ​2019년 8월16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우리 정부를 향해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며 조롱했으며, 급기야 2021년 3월30일 김여정 북한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우리나라 대통령을 향해 “미국 산 앵무새”라는 비난을 보냈다. 국가적으로 볼 때 얼굴이 화끈 거리는 큰 수치이며, 국민의 입장으로 볼 때, 개개인이 크나큰 조롱을 당한 듯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영화 ‘미나리’가 5일 미국에서 개최된 제27회 미국배우조합상(SAG)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마치 자신이 큰 상을 수상한 듯 기뻐했으며, 확산하는 미국(美國)의 인종 차별, 증오 범죄는 온 국민을 분노하게 하며 우려하게 했다. 이렇게 국가의 얼굴이 곧 국민의 얼굴이기도 하듯, 국가(國家)의 품격(品格)이 국민의 품격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며칠 남지 않은 4.7 보궐 선거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이슈에 이끌려 다니다보니 선거의 질(質)에 실망하는 모습이다. 보궐 선거가 이루어지는 지역, 특히 그 중에서도 서울과 부산에서의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를 넘은 마타도어가 극에 달하고 있다. 해당 후보의 공약을 알고 싶고, 그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이루어질 새로운 도시 모습과 시민들의 삶을 꿈꾸고 싶은데, 내내 상대방 후보에 대한 공격에 집착하며 사퇴를 종용하기만 하고, 언론 역시 그에 발맞추듯 토론, 취재의 방향이 그러하니, 유권자들은 마치 조롱당하는 듯, 어이가 없을뿐더러 이러한 수준 낮은 ‘정치의 품격’에 질리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남북 간 국가적 협약은 중대한 약속으로 반드시 지켜져야만 하는데 남북 간의 합의는 수도 없이 지켜지지도 않고 파기되어왔다. 이는 남북 간의 합의에 투명성이 모자라고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내부거래에 기인한다. 이렇듯 국내 정치도 마찬가지이다. 정치는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하듯이 선거는 국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게 해, 마땅한 적임자가 선출되고 그로 인해 국민들이 살기 좋은 그런 터전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 되어야한다. 그저 정권을 잡는 이벤트로 전락하는 모습에 얼마나 질리겠는가.

정치인들의 얼굴은 자신의 것만이 아니다. 그 얼굴이 품격이 되고 그 품격이 우리 국민들의 얼굴과 품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더 이상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지 말고 투명성과 진정성으로 국민들에게 다가와 주길 바란다. 정권을 얻기 위한 욕심인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려는 진심인지 그 ‘얼꼴’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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