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칼럼 / 영등포 봄꽃축제, 코로나가 바꾼 축제 패러다임
단체장칼럼 / 영등포 봄꽃축제, 코로나가 바꾼 축제 패러다임
  •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 승인 2021.04.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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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방역과 꽃의 조화 속에서 치러진 ‘제16회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가 무사히 막을 내렸다. 올해 봄꽃축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전국 대부분의 지역 축제가 취소된 가운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포함해 치러진 최초의 축제라는 데서 그 의미가 남달랐다.

사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축제를 진행하는 것은 여러모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엄중한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지난해처럼 전면 통제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오랜 준비기간과 관계자들 노고를 생각한다면 온·오프라인 축제의 진행보다는 통제가 훨씬 간편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와 달리 오랜 기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지친 주민들의 봄나들이를 무조건 막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주민들에게 봄을 되돌려 줄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수십 차례의 숙의의 과정을 거쳤다.

회의 결과 방역수칙만 잘 지킨다면 행사로 인한 확산은 없을 것이라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또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온라인 축제 콘텐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보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코로나19로 지친 주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드리기 위해 축제를 진행키로 결정했다.

우선은 행사기간을 정하는 것이 큰 과제였다. 축제 특성상 벚꽃의 개화 시기가 중요했다. 국내 기상청은 물론 여의도 벚꽃과 개화 시기가 비슷한 일본의 센다이(仙台)지방의 벚꽃 개화 시기까지 모두 고려해 4월1일부터 교통통제를 시작해 12일 해제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했다. 그러나 99년 만에 가장 이른 벚꽃 개화와 많은 봄비로 3월30일부터 4월8일까지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제한적 관람 ‘봄꽃 산책’과 첨단 기술을 적용한 ‘온라인 축제’이다. ‘봄꽃 산책’은 서강대교 남단부터 의원회관 사거리까지 차량과 보행이 통제된 여의서로 구간을 장애인과 어르신 등 평소 외출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와 신청을 통해 선정된 주민들이 직접 봄꽃과 함께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며 봄을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4월 1일부터 2일까지 이틀간 총 3만4918명의 주민이 신청해 약 32.3: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벚꽃 로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었다. 높은 경쟁률과 함께 대상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과 입장권 판매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논란에 대해 관람객 선정의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홈페이지에도 공개했다. 또한 입장시 신분증과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전송된 QR코드를 이중으로 확인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였다.

행사는 우려와 달리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벚꽃나무 아래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가족들, 친구들, 연인들의 얼굴 어디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근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유로운 관람에 다들 크게 만족해하는 분위기였다. 코로나19 감염 또한 없었다.

온라인 축제는 홈페이지를 통해 4월 말까지 진행한다. 단순히 홈페이지에 영상을 올리고 시청하는 일방적인 관람 방식에서 벗어나는 데 초점을 뒀다. AR기술을 활용해 가상공간에서 꽃잎을 모으거나, 본인의 나무를 키우고 메시지를 남길 수 있도록 하는 등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했다.

또한 직접 벚꽃을 보지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 벚꽃의 개화와 낙화 상황을 다양한 시선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최근 캠핑장에서 모닥불을 보며 멍하게 있는 ‘불멍’을 따라서 제작한 ‘꽃멍’영상 등을 게재했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누적 방문객 수가 8일 만에 4만3000여명을 기록했고, 영상을 재생한 횟수도 22만여회에 달했다.

올해 축제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방역 규제와 허용의 균형점을 찾은 데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지 벌써 1년 3개월. 오랜 사회적 거리두기의 피로도가 상당한 듯 사회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코로나가 일상인 위드(with)코로나 시대. 새로운 시도를 통해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지친 주민들에게 위로와 휴식을 줄 수 있는 사업들이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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