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편벽한 태도가 진면목 파악의 걸림돌이 될 수 있어
시청앞 / 편벽한 태도가 진면목 파악의 걸림돌이 될 수 있어
  • 정칠석
  • 승인 2021.04.29 17:15
  • 댓글 0

[시정일보 정칠석 기자] 所謂齊其家在修其身者(소위제기가재수기신자)란 人(인)은 之其所親愛而 焉(지기소친애이벽언)하며 之其所錢惡而 焉(지기소전오이벽언)하며 之其所畏敬而 焉(지기소의경이벽언)하며 之其所哀矜而 焉(지기소애긍이벽언)하며 之其所傲惰而 焉(지기소오타이벽언)한다.

이 말은 <大學(대학)>에 나오는 말로써 ‘이른바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것은 자신을 수양하는 것에 달려있으며 사람은 자기가 친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것에 따라 편파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고, 자기가 천하게 여기고 미워하는 것에 따라 편파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고, 자기가 어렵게 여기고 경외하는 것에 따라 편파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고, 자기가 불쌍히 여기고 가련히 여기는 것에 따라 편파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고, 자기가 오만이 여기고 업신여기는 것에 따라 편파적인 감정을 가지게 된다’는 의미이다.

격물·치지로부터 성의·정심을 거쳐 수신에 이르기까지는 개인의 일이며 제가·치국·평천하는 그 개인이 모여 이뤄진 사회의 일이다. 그러나 이는 명목상의 구분일 뿐 실제로는 개인과 사회의 뚜렷한 경계를 지을 수가 없다. 사회에 밝은 덕을 밝히는 첫걸음인 제가 즉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것이 결국 자기수양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는 개인이 모여 이루는 사회의 첫 단계로 오늘날 가족보다는 큰 개념이다. 즉 하나의 가문 또는 나아가 한 씨족이 하나의 나라를 이룬 광범위한 공동체를 말하는 것으로 편의상 여기서는 집안이라고 했다. 집안이 화목하기 위해서는 결국 개인의 수양이 중요한데 인간관계의 그릇된 결과가 각 개인의 지나친 아집 또는 집착으로 인한 편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얘기했다. 결국 편벽한 태도는 상대의 참다운 면목을 파악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작금에 들어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신임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최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 앞에서 돌연 무릎을 꿇고 방명록에 “선열들이시여! 국민들이시여! 피해자님이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썼다. 민주당은 윤 위원장이 4·7 재보궐선거를 초래한 박원순·오거돈 전 서울·부산시장의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과는 누구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앞으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를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담겨져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재·보선 패배 보름이 지난 시점에 누구에게 무엇을 사과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사과를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순국선열을 참배하러 간 곳에서 뜬금없이 성폭력 피해자를 언급한 것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국립현중원에 사과를 받아야 할 당사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사항을 선열들에게 알리는 것과 같은 행태야말로 진정성 있는 사과는 고사하고 추태나 다름없지 않나 생각된다. 편벽한 태도는 상대의 참다운 진면목을 파악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우리는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