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중대재해, 제구실 하려면 사업주에 대한 책임 확실하게
사설 / 중대재해, 제구실 하려면 사업주에 대한 책임 확실하게
  • 시정일보
  • 승인 2021.05.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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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중대재해법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당시 연간 1000여명의 산업재해사망자를 임기 내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약속을 했다. 사망자를 2022년 505명으로 줄이겠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목표치로 발표했다.

작업의 사내하도급 전면금지, 안전보건조치 규정위반에 대한 원청 사업주 책임강화, 산재다발사업장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강화, 중대사고발생시 기업책임을 과실치사로 묻도록 하는 ‘중대사고기업처벌법’ 제정 등을 공약했다.

하지만 당초 선언이 사실상 불가능해 졌다. 산재를 줄이는 방법은 노동자의 입장인가, 아니면 기업의 시선에서 보는가에 중대재해의 향방이 갈라진다. 사업자는 수칙을 다 지키면 공사기간을 못 채운다는 볼 맨 입장이다.

경영자들에게는 산업재해의 개념이 모호하다. 시행령이 구체화되지 않았다. 안전 보건 담당자의 선임절차, 요건이 불명확하다. 안전보건 전문인력을 적정 규모로 배치하는 방안도 적정 규모가 어느 정도 인지 애매하다는 입장을 표한다. 중대재해의 경영주 책임에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대한 규정도 과하다는 입장이다.

늘 법의 모호성에서 어느 쪽의 입장이 되느냐에 법의 시행 방법이 결정된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산재는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된다. 산재의 통계를 보면 2017년 964명이던 산재사망사고자는 2019년 855명까지 줄었다가 2020년에는 882명으로 다시 증가를 보였다. 통계를 보면 산재는 멈추지 않고 관행으로 흐르고 있다. 근로현장을 다녀온 분석자에 의하면 노동자와 사업자의 무책함이 동일하게 크다는 지적이다. 서울 시내의 4층짜리 건물의 한 근로자가 벽에 비스듬한 사다리에 올라 천정 공사를 하고 있었다. 철재구조물로 빨리 작업을 하려고 여기저기 옮기기 쉬운 사다리를 사용하고 재해에 대한 관리는 허술했다. 이러한 현실은 현장의 사업자의 인식 부족, 나아가서 노동자의 안이한 불감증이 동시에 어울려지는 형국이다. 재해 사망자가 나오면 뒤늦게 기업주는 뒤 돌아 보고, 노동자는 사업주와 담당 부를 원망하게 된다.

재해를 줄이는 방법은 사업주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묻는 것, 이상은 없다. 우리가 안전띠를 매는 것도 홍보와 벌금이라는 양동작전을 펼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정착하게 됐다.

노동자의 중심에서, 사업장의 공사가 다소 느려져도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사회적인 공감이 중요하다.

한심한 것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의 시행이 2023년 1월로 미뤄졌다. 이 같은 시선의 태도가 산재를 보는 바로미터다. 물론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같은 시행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이해하는 현실이다. 이 또한 중소기업의 입장을 견지하면 산업재해를 막는 것은 요원해진다. ‘산재의 제구실’은 노동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