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공무원들은 무슨 일을 하나…그것이 알고 싶다
그 많은 공무원들은 무슨 일을 하나…그것이 알고 싶다
  • 정수희
  • 승인 2021.05.13 15:10
  • 댓글 0

동대문구 유튜브 ‘공업세’ 입소문…응원댓글 소통의 맛

[시정일보 정수희 기자] “우리 직원들이 코로나로 인해서 고생을 참 많이 하고 있습니다. 본연의 업무도 있다 보니 피로감이 상당한데, 주민들은 잘 모를 수 있어요. 그래서 직원들이 어떤 일을 어디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알리고 싶었어요. 구민과 직원, 서로가 서로를 알아야 ‘소통’이 잘 될 수 있잖아요. 영상이라는 매체가 쌍방향 소통의 마중물 역할로 작용하길 바랍니다.”

동대문구청 김춘영 홍보담당관의 말이다.

동대문구는 최근 ‘공무원의 업무 세계’, 줄여서 ‘공업세’라는 타이틀의 시리즈 영상물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구 공식 채널인 ‘DBS 동대문구청 인터넷방송’에 등장한 인물들은 내부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지하세계 일등공신’ 조상희 주무관

빗물받이, 하수관로 유지관리 업무

직접 맨홀 아래 누비며 눈으로 확인

첫 번째로 시선을 끈 치수과 조상희 주무관은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곳’, 맨홀 아래를 누비고 다녔다.

입사 7년차인 그는 도로에 있는 빗물받이나 도로 하부에 있는 공공하수관로 유지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도로 빗물받이에 쓰레기가 들어가면 막히는 경우가 발생하곤 해요. 최근에 비가 왔는데 막힌다는 민원이 들어와서 저희가 청소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개수가 2만개가 넘다 보니 최대한 빨리 하려고 다 같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민원 처리와 더불어 시설물 점검을 위해 수시로 현장에 나가 순찰을 한다. 2, 3겹의 방진복을 입고 하수암거(도로 하부에 터널식으로 된 하수도)에 들어가는 일도 일상이 됐다.

“처음 들어갔을 때는 좀 신기하더라고요. 생각보다 어둡고, 조용하고, 또 하수도 안이 시원하거든요. 독특하고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하수암거에 들어갈 때는 안전을 위해 2인 1조 이상으로 조를 편성, 사전에 산소농도나 유해가스를 확인한 뒤 안전장비와 방진복, 방진마스크, 휴대용 랜턴까지 갖추고 들어간다.

“내려가서 음식물 쓰레기, 쥐 사체, 바퀴벌레, 이런 것들이 보이면 좀 견디기 힘들기도 한데, 아무래도 직업이다 보니 다들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수가 계속 흐르고 있기 때문에 바닥이 정확히 보이지 않아 자칫 넘어질 위험도 있어 한 발 한 발 조심하며 조사를 해 나가는데, 협소한 곳에서는 네 발로 기듯이 갈 수밖에 없다.

또 여러 곳에서 배출된 오·폐수를 모아 방류수역까지 보내는 기능을 하는 하수암거는 비위생적인 상태일 때가 많다. 무릎 위까지 쓰레기가 차 있는 경우도 있다.

“악취가 굉장히 심해요. 변기 물이나 정화조 물, 생활 오수가 계속해서 하수도로 들어오다 보니 악취가 발생하는 건 불가피한 부분이라, 저희도 그런 점을 고려하면서 작업을 하고, 악취가 배면 작업 후에 섬유탈취제를 써서 주변에 피해가 안 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가 속한 하수팀에는 하루 20건 정도의 민원이 들어온다. 현장 점검에 어림잡아 1~2시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당일 접수받은 민원을 그날 바로 처리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에는 24시간 비상근무가 이어지기도 한다.

조상희 주무관은 “민원 처리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양해해주시면 좋겠다”며, “고맙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뿌듯함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다”고 했다.

영상을 본 사람들 반응은 이랬다.

“치수과 공무원은 생소했는데 영상을 통해서 치수과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게 됐어요. 사무업무뿐만 아니라 하수암거까지 들어가서 조사도 하다니, 극한직업이네요. 앞으로도 공무원분들의 우리가 모르는 업무를 알려주세요.”

“업무강도가 센 직군에서 근무하시는 공무원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합니다. 덕분에 저희가 편히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구민을 위해 일해주시는 공무원 여러분에게 감사드리며, 평소 생소했던 분야의 업무를 알게 돼 유익했어요. 다음편도 기대되네요.”

‘외유내강 수호천사’ 김인애 주무관

65세 이상 어르신 연금 지급 업무

악성민원 무섭지만, 감사전화에 보람

‘공업세’ 두 번째 주인공은 어르신장애인복지과에서 기초연금 지급을 담당하고 있는 김인애 주무관.

사회복지직 공무원으로 근무한 지 4년 9개월차에 접어든 그녀는 현재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도울 수 있는 연금을 지급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상담 민원을 주로 보는데, 어르신들 귀가 안 좋을 경우 표준말로 또박또박 안내해야 어르신들이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특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보통 한 시간에 5통 이상의 상담 전화, 하루 3~4회 이상의 방문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기초연금 지급 시기가 다가올 때면 야근은 필수.

업무에서 가장 힘든 점은 여느 공무원들처럼 고질민원, 악성민원, 협박성 전화 등이다.

“전화상으로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가만두지 않겠다, 널 ××겠다, 기름을 ××××겠다. 굉장히 난감한 경우가 많습니다. 찾아오시는 분도 꽤 계세요. 한 시간 동안 소리를 지르시거나 술을 드시고 오신다거나, 업무방해를 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는 경찰에 신고를 해서 나가시기도 합니다.”

다소 충격적인 경험도 있었다.

청량리동 주민센터에서 근무할 당시 연락이 두절된 어르신이 있어 직접 집으로 찾아갔는데, 문이 잠겨있어 소방·경찰관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어르신이 넘어진 상태에서 이틀을 그 자리 그대로 있었던 것.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해드렸습니다.”

안타까울 때도 많다.

“기초연금이 사실 모두에게 지급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부적합 결과가 나왔을 때 어르신들이 이해를 잘 못하세요. 남들 다 받는데 왜 난 못 받냐고 하소연을 많이 하시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건 부적합에 대한 설명을 드리는 것뿐이어서, 이해가 되실 때까지 설명해드리고 있습니다.”

김인애 주무관은 “어르신들이 감사하다고 전화를 주실 때가 가장 뿌듯하고 신이 난다”며, “기존업무에 코로나업무까지 하고 있는 전국의 많은 공무원들도 좀 더 힘을 내면 좋겠다”고 했다.

김 주무관의 업무 세계를 들여다본 사람들은 이런 댓글을 남겼다.

“사람 상대하는 일이 만만치 않죠. 저도 전화업무를 하는데 완전 공감”

“어르신들 도와드리는 업무 굉장히 힘들어요. 저도 비슷한 일을 하거든요. 우리 힘내요.”

“공무원이 마냥 편하고 칼퇴를 하는 좋은 직업인 줄 알았는데 인터뷰를 보니 고충도 많고 업무적으로 오는 스트레스나 상담업무를 통한 힘듦도 많아 보여서 안쓰러웠습니다. 그래도 묵묵히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친절히 응대해주시는 주무관님 보니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감과 애정 어린 응원에 더해, 기자도 더 관심 갖고 동대문구 공무원들을 곁에서 지켜보겠다.

참고로, 이어지는 ‘공업세’ 3편에서는 누구보다 일선에서 코로나와 맞서고 있는 보건소 직원을 다룬다. Coming soon.

 

정수희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