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창조적 노화의 시대
기고/ 창조적 노화의 시대
  • 현외성(사회복지학 박사)
  • 승인 2021.06.2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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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외성(전 경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회복지학 박사)
현외성 박사
현외성 박사

[시정일보] 창조성, 창의성이란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만들어 내는 특성’이라고 사전적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창조적 노화(Creative Ageing)’, ‘창의적 노화’란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만들어 낼 수 있는 노화, 즉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로운 것을 생각할 수 있고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특성을 말한다.

선진 복지국가에서는 창조적 노화, 창의적 노화에 대해 논의하면서 21세기 건강 장수사회에서 퇴직 이후 남은 30여 년을 새로운 출발, 인생 2모작, 3모작에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창의적 노화 주장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노화로 인해 쇠퇴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노력 여하에 따라 뇌세포의 쇠퇴를 지체시키거나 아예 새롭게 생겨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의 창조성, 창의성은 불굴의 인간 정신이다. 인간의 역사에서 끊임없이 진보적 발전의 길을 걸어온 것은 인간이 가진 창의력과 창조력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창의성은 문명의 발전과 문화를 성숙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자연과학 영역에서는 20~30대가 창조력을 발휘하여 사회를 발전시켜 왔지만, 인문사회과학의 영역에서는 60~80대에서 창의적인 작품과 저술이 인간의 정신과 내면을 풍성하고 문화예술을 발전시켜 왔다. 창의성의 불꽃은 개인적·사회적으로 고난과 어려움의 시기에서도 성장하고 오히려 극적으로 발전되어왔다.

창의성의 불꽃은 어느 곳에서 누구나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고 대가를 치를 수 있는 사람과 사회에서 발현되었다. 창조력, 창의력에 관한 여러 연구결과에서 ‘창조과정’은 4단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 첫째 단계는 준비단계로서 여러 분야에서 기존의 조건·상황이 더욱더 나은 수준으로 가기 위해서 해결해야 하는 장애 혹은 문제가 있다고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체로 감지하고 있다.

그래서 창의적 사람들은 의식적·무의식적으로 그 문제나 장애를 해결하기 위해서나 그것에 대한 호기심이나 관심을 끌게 되어 깊이 빠져드는 단계이다. 탁월한 창의적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생애를 살펴보면 길고 집중적인 연수와 연찬의 세월이 있고 몰입과정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2번째 단계인 부화 단계와 잠복기가 매우 중요한 단계로 지적되고 있다. 둘째 단계는 부화 단계 혹은 잠복기로서 그 문제나 장애 요소에 대하여 아이디어들이 의식의 문지방 아래에서 맴돌며 특별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단계를 의미한다.

창의적 인물은 문제해결을 위해서, 창의적인 일을 위해서, 한동안 전적인 몰입과 전적인 이완을 계속하는 과정을 보낸다. 아르키메데스가 어떤 문제에 몰두하다가 풀리지 않아서 다 잊어버리고 목욕탕에 들어가는 순간 물이 넘쳐날 때 갑자기 ‘유레카’라고 소리 질렀다.

바로 부력의 원칙을 생각해냄으로써 그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바로 그 유레카의 순간이 부화 단계를 거치고 반짝하는 아이디어, 창의적인 생각과 성취를 이루는 단계이다. 이 단계가 3단계인 조명단계이다. 셋째 단계인 조명단계는 문제해결의 아이디어가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단계, 섬광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창의적 아이디어는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고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상승하게 하는 새로운 발견물이다. 넷째 단계는 실증단계인데 여기서는 조명된 창조적 아이디어가 정말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실제로 검증하는 과정이다.

창의적 인물들에 관한 연구에서 드러나는 사항은 자연과학 분야는 대체로 나이가 젊은 계층에서 창의적 결과물이 나온다면 인문사회과학에서는 연령대가 높은 계층에서 창조적 생산물이 출현한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평균수명이 늘고 지적 호기심이 많고 사회적 경험도 많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퇴직 과정에 있는데, 우리 사회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아마도 이들 신 노년들의 창조적인 활동이 사회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인생의 후반기에서 발산되는 창조력은 그 결과도 중요하지만, 창조력의 발휘 과정에서 노인들 자신에게 이바지하는 바가 크다고 말한다. 첫째, 창조성은 인생의 후반기에 삶의 의욕을 강화한다. 창조력을 발휘하는 동안 운동이 근육의 탄성을 개선하듯이 삶에 정서적 분위기는 고양되고 풍성해진다는 것이다.

둘째, 창조성은 나이 들면서 신체 건강에 이바지한다. 노년의 창의적 활동으로 긍정적 인생관과 행복감이 증가하면서 면역체계와 전반적 건강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셋째, 창의성은 개인과 사회적 관계들을 풍요롭게 한다고 주장한다.

고령 사회와 초고령 사회로의 진전은 신체적 평균수명의 연장과 함께 노화의 비밀, 그중에서도 인생 후반기에 잠재된 인간의 능력을 지금까지 부정적으로만 간주하였던 관점에서 창조적이고 놀라운 가능성의 세계를 볼 수 있는 관점으로의 변화가 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나 국가 사회적으로 아직 가 보지 않았고 개척되지 않은 놀라운 창의적 가능성의 세계인 후기 노년기를 황금의 자원으로 활용할 것인가 혹은 쓸모없이 버려진 황무지로 치부할 것인가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달린 과제이자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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