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구호로만 그친 안전, 언제까지 후진국형 참사 봐야하나
사설 / 구호로만 그친 안전, 언제까지 후진국형 참사 봐야하나
  • 시정일보
  • 승인 2021.06.2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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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광주광역시 학동 재개발구역 공사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5층짜리 건물이 도로로 무너지면서 그 길을 지나던 시내버스를 덮쳐 고귀한 생명 17명의 사상자가 나온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는 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백주 대낮 지하철역과 인접한 통행량이 많은 간선도로변에서 노선 시내버스가 순식간에 건물 잔해에 묻혀버리는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없는 건물 철거 현장의 안전불감증과 허술한 안전관리에 의한 어처구니없는 후진국형 참사가 대도심에서 벌어졌다는 데 대해 우리는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일상적으로 타고 다니는 서민들의 발인 시내버스에서 무방비로 당한 일이라 더 충격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철거작업 중 이상 징후를 느낀 작업자들은 미리 대피해 화를 면할 수 있었지만 대피 전에 왜 붕괴 위험성을 주변에 알리지 못했는지도 철저히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아들 생일상을 차리기 위해 장을 보고 귀가하던 60대 어머니와 동아리 후배들을 만나고 돌아가던 고교생 등 이날 버스에 탔다가 날벼락 같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사연은 국민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는 기본적인 현장 안전 수칙조차 지키지 않아 발생한 후진국형 인재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작업자들이 철거작업을 하면서 바로 앞 도로의 차량 통행을 통제하고, 공사 현장 인도에 최소한의 철제 지지대를 설치하고 버스정류장만 옆으로 옮겼어도 이번의 대형 인명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돼 더욱 아쉬움이 크다. 더군다나 이번 철거 현장에는 공사를 관리하는 감리자도 현장에 없었다는 데 대해 우리는 참담함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지난해 5월 신고만으로 가능하던 건축물 철거작업을 지자체의 허가를 받도록 건물 철거공사의 안전규제가 대폭 강화된 건축물 관리법이 시행됐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아직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이번 사고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통상적으로 구조안정성 확보를 위해 상층부부터 하층부로 내려가며 해체하는 일반적 건물해체 방식과 달리 건물 측면에서부터 왜 철거작업을 하게 됐는지, 신고된 해체계획서대로 작업이 이뤄졌는지, 허가는 적법하게 이뤄졌는지도 철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재난에 상시 대응이 가능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번 참사에서 드러났듯이 법 따로 현실 따로 행태가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데 우리는 한숨만 나올 뿐이다.

사고만 나면 그때뿐, 냄비 끓듯 구호로만 외치는 안전, 언제까지 우리는 이런 후진국형 참사를 계속 지켜봐야하는지 개탄스럽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