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승화원 갈등, 해법을 찾아보자
시정칼럼/ 승화원 갈등, 해법을 찾아보자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21.06.2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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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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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코로나19는 장례 등 기존의 관혼상제 문화를 완전히 뒤집었다. 우선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경조사·제사, 심지어 명절 모임까지 작년부터는 참석하지 않는 것이 기본 예의가 되어 거리두기 단계마다 변화하는 방역 지침에 따라 장례식장에 오지 않아도 된다는 연락을 돌리는 일이 자연스러워졌고, 문상객 역시 장례에 참석하지 않고 조의금만 전달하는 것이 일종의 미덕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죽어서도 계급이나 지위가 중요한 신분 사회라는 것을 민낯으로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장례식장이다. 즉 살아 있는 사람들의 사교장이자 사회적 위치와 존재감을 확인하는 공간인 것이다.

망자 입장에서 보면 아무리 성대한 장례식이라고 해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지, 찾아온 사람들이 얼마나 애도하는지 알 길이 없다. 정말 보고 싶고 사랑했던 사람이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관 속에서 벌떡 일어나 반갑게 맞이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코로나19로 인해 죽는 사람을 보면서 우리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며 살고 있다. 그리고 나의 장례는 어떻게 준비할까? ‘화장해서 산이나 강에 뿌려달라고 할까, 아니면 선산이나 공원묘지에 매장해달라고 할까?’ 고민하게 될 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관례대로 3일장을 치른 후 마음속에서 나를 잘 떠나보낼 수는 있을까?’라는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현재 서울의 화장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그래서 천안까지 '원정 화장'을 가는 사례가 280여 건임에도 불구하고 증설계획이 없다는 서울시의 입장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화장률 90% 시대지만 수도권과 부산 화장장 또한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서울연구원이 서울시에 제출한 '서울시 장사시설 수급 중장기계획(2018~2022)'에 따르면 연 5만9000건의 화장 수요에 비해 시설에서 수용 가능한 건수는 겨우 4만9000건, 다른 시도로의 '원정 화장' 사례는 2018년 한 해에만 1900건에 달했다. 그런데도 부지도 없고 반대도 심해 증설계획이 없다는 서울시의 입장을 다룬 언론기사를 보면서 ‘내가 죽게 되면 가족들은 내 시신을 들고 천안이나 청주까지 갔다 와야 하나.’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얼마 전 집안 어른의 장례로 서울시립승화원에 다녀온 일이 있다. 필자가 만난 한 주민은 화장장 문제 때문에 연일 서울시와 싸우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서울시는 서초동에 화장장을 지을 때 주민들의 반대 때문에 14년이나 지연되었지만 결국 지역주민들에게 화장로 1기당 20억원씩 220억원을 보상하고 아울러 보금자리 입주권 부대시설운영권을 주기로 합의한 후에야 개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서울시립승화원은 군사독재 시절인 1970년 서울시 홍제동에서 고양시 덕양구 대자동으로 이전 설치되어 벽제 화장터라는 이름으로 어언 반세기가 지나 인근 주민들은 화장터 주민이라는 치욕을 안고 살았다. 지역주민들에게 합당한 보상이 없어 2010년 고양시가 서울시의 식민지냐며 화장장의 철거와 보상을 위한 투쟁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서울시는 40년이 지난 지금, 현실적으로 보상은 어려우니 승화원 내 부대시설(식당, 매점, 자판기 등) 운영권에 대한 수익금으로 주민복지에 사용하면 어떻겠냐고 회유하여, 2012년 ‘서울시립승화원 부대시설 지역주민 운영권 부여 합의서’를 교환하고, 서울시는 화장장을, 주민은 부대시설을 운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시는 4년 만에 뜬금없이 직영으로 운영하겠다며 2016년 강제집행으로 철수시켰다고 한다. 그러자 지역주민들이 계약서, 화해조서 등에 적시한 위반사항이 단 한 가지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강제집행은 합의서 위반이라고 항의하자, 직영도 입찰도 하지 못한 채 장장 22개월 동안 부대시설을 폐쇄하여 1일 평균 약 2700여명의 유족에게 불편을 주었다.

어쨌든 부대시설 폐쇄로 유족들과 정치권, 언론에서 질책하자 승화원으로 인한 피해지역과 관련이 없는 지역사회 통장 등의 집을 공무원이 직접 찾아가 회유하여 입찰 동의서를 받아 입찰을 강행했었다. 그러나 입찰금으로 연 7억원씩 선납 받아 지역주민들에게 주겠다고 했지만, 서울시는 ‘지역발전수익지원금’을 3년이 다 되도록 주지 않아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입찰하더라도 합의서를 근거로 운영권을 가진 피해 지역주민이 해야 하는데 서울시와 고양시 공무원이 피해지역 주민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회유하여 입찰 동의서를 받은 것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에 해당한다고 사정기관에 고발하려고 법적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입찰기한이 끝나가자 주민들은 운영권이 주민에게 있으니 부대시설을 주민에게 다시 이양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서울시는 또다시 입찰하려고 꼼수를 쓰고 있어 주민들이 격분하고 있다. 1960대까지 홍제동은 화장터, 홍은·녹번·응암·신사동이 서울시 공동묘지이었지만 서울 외곽이 도시화 되면서 고양시로 이전하게 되었다.

1960년 벽제 공동묘지, 1970년 벽제 화장터가 들어설 때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두메산골이었지만, 지금은 화장장 반경 1km 내에 신원 뉴타운이 생기면서 1만349세대 2만5276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지역 주민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서울시는 고양시에 기피시설을 운영하면서 주민들의 피해와 자존심을 위로(慰勞)해야 함에도, 부당한 행정행위로 강제집행을 해 놓고, 책임을 면해보려 피해지역 주민을 공깃돌 굴리듯이 굴리며 주민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공무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며, 지키지도 않을 합의서를 파기하고 화장장을 철거하라"고 분개하고 있었다. 어쨌든 미궁에 빠져 혼란으로 몰아넣은 승화원의 운영체계개선책은 있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