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제 남용, 소신행정·의정활동에 독
주민소환제 남용, 소신행정·의정활동에 독
  • 시정일보
  • 승인 2007.07.1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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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권력의 견제장치로 만든 주민소환제가 풀뿌리 민주주의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주민소환제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임은 인정하지만 이해집단의 이기적 논리에 휘둘릴 우려가 있으며 반대 정파의 정략적 공격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관점에서 우리는 철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지적했었다.
지난해 5월 주민소환법이 제정됐지만 임기 후 1년후부터 주민소환이 가능하므로 실제 법 적용은 7월1일부터였다. 급기야 법이 시행되자 광역 화장장 유치에 반대하던 경기도 하남시 주민들이 김황식 하남시장과 시의원 3명을 상대로 주민소환 절차를 진행 중이며 서울 강북구 일부 주민도 미아1-1구역 재개발 문제와 구청 공무원들에 대한 초과근무수당 허위지급 의혹을 이유로 김현풍 구청장의 주민소환을 추진하고 있다.
시행 한달도 안 되어서 소환 바람이 불며 소환하고 보자는 식의 남발은 법에 청구사유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아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기초단체장의 경우 유권자 15%의 서명으로 주민소환투표가 공고되면 즉시 단체장 직무는 정지되며 찬반이 팽팽한 경우는 물론 20∼30%의 반대 주민만 결집시킬 수 있으면 언제라도 시책을 중단시키고 단체장까지 물러나게 할 수 있는 법의 맹점이 있다.
지방행정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주민소환제가 지역사회에 새로운 갈등을 촉발하는 불씨로 변질된다면 이는 분명 원래 취지와는 전혀다른 혼란만 부추기게 되는 악법이 될 소지가 있다는데 우리는 심히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현실적으로 대도시의 경우 당선자가 과반수 이상의 표를 획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므로 반대정파의 공격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단체장이나 의원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어 비리에 연루되거나 행정능력이 떨어지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퇴진시키자는 취지에서 제정했던 주민소환법이 어쩜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지 않나 생각된다.
아울러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매사에 걸쳐 소신행정은 고사하고 주민의 눈치와 입맞에 맞는 일만 시행하려 한다면 가뜩이나 심각한 지방행정의 포퓰리즘과 님비현상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행정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관계자들은 직시했으면 싶다.
정부와 정치권은 주민소환제가 진정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법의 남용과 악용을 막을수 있는 소환청구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법 개정을 서둘러 이러한 폐단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투명한 자치행정과 주민의 통제력 강화를 위해 도입된 주민소환제가 당리당략이나 님비 등으로 왜곡되거나 악용돼선 결코 안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