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간과 구조물의 유사점
기고/ 인간과 구조물의 유사점
  • 정석봉 (주)한림엔지리어링 대표이사
  • 승인 2021.11.2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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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봉 (주)한림엔지리어링 대표이사
정석봉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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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인간은 수태(受胎)와 태교[(胎敎) 과정을 거쳐서 출생을 하게 되면 양육과 발달과정을 통해 유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여 사회인으로서 생활을 하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결혼도 하게 되고 나이가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면서 사회생활 등의 풍상을 겪으면서 종국에는 사회생활에서 은퇴하게 된다.

인간은 누구든 나이가 들어가면서 신체의 구조와 기능이 점진적으로 노화, 퇴화되어 때로는 각종 질병으로 인하여 의사의 치료를 받기도 하고 병원이나 요양시설 등에서 여생을 지내면서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과정을 거쳐서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출생 이후의 인생 과정은 개인마다의 환경 요소와 자기 관리 능력에 따라 변화되기 때문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나 은퇴 생활을 하는 시기, 죽음에 이르는 시점 등은 개개인의 생활환경과 건강관리의 정도에 따라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출생 과정에서의 건강 정도는 좋은 유전자, 수태와 태교 등에 의한 선천적인 요인이 지배적이나, 출생 이후부터 사망할 때까지는 선천적인 것과 함께 그가 몸담고 있는 생활환경이나 개인의 건강관리 능력 등 후천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인간의 욕구에 따라 좋은 구조물(인간이 이용하고 거주하는 건축물, 교량, 터널, 댐, 항만, 지하구조물 등)을 건축하고자 한다면 우선 건축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조달해야 하고 건축할 양질의 대지도 선정해야 한다. 그리고 구조물을 설계할 우수한 설계자도 선정해야 한다. 즉, 건축하고자 하는 구조물에 대한 건실하고 양질의 계획이 우선 확정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구조물의 계획 과정은 인간이 새로운 삶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동시에 좋은 배우자를 선택해야 하는 인간의 수태 과정과 유사하다. 인간이 배우자의 유전자와 태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처럼 구조물도 마찬가지로 건전한 설계자의 전문 지식과 기술, 그리고 윤리의식이 구조물의 완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상태에서 구조물이 계획되고 설계도가 완성되었다고 하더라도 구조물을 건축하기 위한 허가절차와 함께 자금과 시공자가 선정되어야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 이때를 인간의 생로병사의 과정으로 치면 구조물이 기본설계도면으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상태로서 출생 시점(0세)에 해당한다. 즉 인간사회에서 구조물이 실제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재료투입과 양생 과정이 필요하다.

인간은 출생 이후에 유아기, 소년기를 통해 청년이 되는 발달과정에서 부모의 양육과 교육의 정도는 성인에 이르렀을 때의 건강과 품격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마찬가지로 구조물을 착공한 이후에는 사회 제도적 환경, 투여자금과 시공자의 노력의 정도는 준공 구조물의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쨌든 구조물이 준공되었다는 것은 이때부터 소정의 목적으로 인간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구조물이 사용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인간이 이용해도 좋다는 의미이다. 구조물의 준공에 해당하는 시점은 인간의 생로병사 과정으로 보면 일반적으로 성인이 되었을 때를 일컫는다.

구조물의 사용성과 안전성은 준공된 이후의 증축, 개축, 용도변경, 불의의 사고에 손상 등의 변화가 발생하더라도 유지하고 있어야 할 성능이다. 그렇다고 구조물의 계획수명 동안만 유지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구조물의 계획수명이 다 되었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계획수명일 뿐이므로 사용성과 안전성을 상실한 것으로 간주하여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구조물의 계획수명 시점은 인간의 정년퇴직 시점과 대립시킬 수 있다.

만일에 구조물의 안전성과 사용성이 저하된 상태라고 할지라도 구조물은 수명연장을 위한 수단을 동원하여 구조물로서의 성능을 계속 유지할 수가 있다. 그러다가 구조물이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도저히 유지하기가 곤란한 상태에 이르게 되면 구조물을 사용 정지시키거나 폐기하는 과정을 갖게 된다.

인간의 사망은 그 자체로서 종결된다. 그러나 구조물은 노후화되어 제반 성능이 거의 상실되어 해체, 폐기하는 상태에 이르게 되면 구조물 소유자의 재량에 의해 구조물의 폐기 여부가 결정된다. 이를테면 문화재와 같이 보전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구조물은 개보수 복원 등의 조치에 의해 폐기하지 않고 계속 유지 관리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구조물과 인간의 생로병사의 과정은 상호 대응되며 또한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이해야 한다.

인간이 안락한 삶을 영위하고 건강장수를 위해 건강진단과 건강관리를 주기적으로 하듯이 구조물 또한 진단과 유지관리를 통해서 구조물의 내구성과 가치를 보존하고자 노력한다. 인간에 대한 건강진단과 관리가 수태 과정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이루어져야 하듯이 구조물도 구조물의 계획단계에서부터 해체되어 사용이 폐기될 때까지 유지되는 것이다.

인간은 구조물과 더불어 사회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공동체의 사회에서의 인간관계가 항상 안정과 조화를 이루게 되면 평화로운 세상이 형성 되겠지만 현실은 인간의 대립과 분열, 갈등이 끊임없다. 그러나 인간은 이러한 대립과 갈등 속에서도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응한다.

가끔 각종 구조물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분명히 막을 수 있던 일이었다”며 사고 원인은 무리한 인원 감축, 전반적인 안전관리 미흡, 구조물 노후화, 초동대응 미흡, 정부의 안전관리 감독 부실 등으로 말한다, 그러나 구조물의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내진설계 전문가인 구조기술자의 계획ㆍ감리ㆍ시공, 준공 후의 안전점검ㆍ진단 등에 실질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어쨌든 안전사고는 방심에서 발생하므로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잘 지킨다면 안전한 생활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안전예방 교육을 통해 내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안전까지도 생각하는 지킴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불안감이 높아지는 이 시기에 더욱 냉철한 예방 및 안전사고 방지 실천으로 안전한 나라 만들기에 모두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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