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아이의 눈물, 결국 어른이 씻겨야
기자수첩 / 아이의 눈물, 결국 어른이 씻겨야
  • 김응구
  • 승인 2021.12.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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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구 기자 / sijung1988@naver.com

[시정일보 김응구 기자] 내 어렸을 때는 ‘트라우마’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 단어가 있는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대화 도중 이 단어가 필요할 땐 ‘충격’ ‘공포’ ‘불안’, 이쯤으로 대체했던 기억이다.

트라우마는 일종의 질환이다. 정신건강 질환이다. 훗날 비슷한 일을 겪을 때 이전 기억이 떠오르며 급격히 불안해진다. 치료법도 간단치 않고, 사실 완전한 치유가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어렸을 때의 학대는 평생을 간다. 문득문득 생각나고 그때마다 온몸이 굳을 정도의 공포감이 휘감는다. 씻기지 않기 때문에 씻을 방법이 없다. 더 무서운 건, 남은 생까지도 그 기억은 내 모든 기억과 함께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론 아이가 행복하면 가정이, 사회가, 결국 나라가 행복하다고 믿는다. 아이가 아프지 않도록, 배고프지 않도록, 배움에 모자람이 없도록 하면 그 사회는 건강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아이가 아프고 배고프고 못 배우는 건 모두 어른들 탓이다. 그러니 될수록 많은 아이가 웃으며 살도록 어른들은 어제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그게 어른들의 의무이자 사명이다.

지난달 23일 관악구의회 의원연구단체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연구회’가 정책간담회를 실시했다. 소속 의원 8명은 그간 열네 차례에 이르는 연구모임을 진행하며 효과적인 정책연구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그리고 이날 간담회에선 지난 1년간의 연구 활동을 통해 수립한 아동학대 예방정책들을 집행부에 제안했다.

강북구는 지난달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강북경찰서와 함께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을 벌였다. 활동 당시 들고 다닌 플래카드에는 ‘모든 아동은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인격체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행사의 목적을 정확히 말해주고 있다.

동작구는 지난달 중순 ‘아동학대예방주간’ 행사를 온·오프라인으로 열었다. 아동학대는 무엇이고, 어떤 유형이 있으며, 신고는 어떻게 하는지의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게재해 구민들의 동참을 유도했다. 요즘 시대에 딱 맞는 활동법이다.

사실 자치구나 지방의회의 아동학대 관련 정책·활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계속 펼쳐 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다. 허나, 2년여의 길고 긴 감염병 탓인지 아동학대나 돌봄 사각지대의 아동 뉴스가 더 잦은 듯한 요즘이다. 아무렴 어떨까. 의회 연구단체의 간담회든 집행부의 캠페인이든 이런 일이 더 자주 보이고 들리면 좋겠다. 펜을 쥐고 글을 쓰는 자는 이를 기사화하는 데 인색하지 않으면 좋겠다. 대중은 “혹시, 내 주변에도?” 하며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면 좋겠다. 그러다 폭력이 상습인 누군가의 손이 허공에 한 번 들려졌다가 슬그머니 내려가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