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매사 진실무망한 자세로 수사해야
시청앞 / 매사 진실무망한 자세로 수사해야
  • 정칠석
  • 승인 2021.12.0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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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정칠석 기자] 凡爲天下國家(범위천하국가)에 有九經(유구경)이니, 所以行之者(소이행지자)는 一也(일야)니라.

이 말은 中庸(중용)에 나오는 말로써 ‘무릇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는 데에는 아홉 가지 변함없는 법도가 있으니 이를 행하는 길은 한 가지이다’라는 의미이다.

이제까지 자신을 수양하고 현명한 이를 존중하고 친족을 친히 하고 대신을 공경하고 신하들을 몸소 살피고 서민들을 자식처럼 돌보고 모든 재주 있는 이를 와서 모이게 하고 먼 곳에 있는 사람을 관대하고 부드럽게 대하고 제후들을 포용하는 등의 정치를 실행함으로써 얻게 되는 효과와 실행방법을 일단을 제시했거니와 결론으로 다시 한 번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는 데 아홉 가지의 변함없는 법도가 있음을 말하고 이를 행하는 길은 오직 한 가지라고 했다.

이는 천하와 국가를 통치하는 일도 결국 仁(인)의 정신을 실현하는 것에서 비롯됨을 말하는 것으로 그 길은 眞實无妄(진실무망)이다. 진실무망은 말 그대로 진실하고 망령됨이 없는 것이다. 周易(주역)의 无妄(무망)괘에 나오는 말로 옳은 일이 아닌 것은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헛되이 바라지 않는 걸 의미한다. 주변의 곡해와 몰인정으로 힘들 때 스스로 떳떳하고 부끄럼이 없다면 꼬인 건 결국 풀리게 돼 있고 바로 잡히게 돼 있음을 확신하는 말이다. 일시적으로 여론이 들끓는다 할지라도 당당하고 정대하면 그만이며 그것이 바로 진실하고 무망한 것이다.

작금에 들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헛발질 수사가 점입가경이다. 공수처는 지난 5월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출금 사건 수사를 무마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공소장이 언론에 보도된 것과 관련,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이 주고받은 메신저 내용을 보겠다며 최근 대검 서버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사전고지를 하지 않았다는 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피압수자 중 한 명인 A검사가 “절차 위반”이라고 항의하자 “(압수수색을) 진행 안 한 것으로 하겠다”며 빈손으로 철수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법을 중시해야 할 공수처가 법을 어기고 있다는 데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공수처의 공소장 유출 수사는 친여 성향 시민단체의 고발로 시작했다.

이 사건은 이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대검 감찰부 조사를 통해 수사팀에서 유출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난 사안이다. 공수처는 지금이라도 진실무망의 자세로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공수처는 무소불위 검찰의 권한 남용에 대한 개선책으로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문재인정부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작금처럼 불신을 자초한다면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시, 의혹에 대한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하되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