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칼럼 /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의 의무
단체장칼럼 /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의 의무
  • 성 장 현 용산구청장
  • 승인 2022.01.1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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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장 현 용산구청장
성장현 용산구청장
성장현 용산구청장

[시정일보] 5000년 전, 인류 최초의 문자인 쐐기문자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생겨났다. 주로 상거래 정보를 점토판에 새겼다. 중국 사람들은 거북이 배딱지에 상형문자를 남긴다. 점복(占卜) 흔적이다. 이후 동서양에서 종이, 활자, 인터넷 따위가 발명될 때마다 인류 기록문화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 인간은 가히 ‘기록하는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도 힘을 보탰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에 우리 기록 16종이 포함돼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동의보감, 난중일기,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 등등. 특히 용산의 자매도시이자 ‘직지의 고장’인 충북 청주시에는 2023년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가 들어선다. 이제는 한국이 세계기록유산 정책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2010년 민선5기 구청장 취임 이후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무원들에게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방정부도 언론, 학계만큼이나 중요한 ‘기록의 주체’이기 때문. 용산구만 해도 한 해 생산되는 공공기록물이 125만건에 달한다. 이것이 다 우리 지방정부의 역사요, 흔적이다. 현재 구의 기록화 작업은 크게 다섯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구지(區誌) 편찬과 지역사·문화유산 기록, 단위사업별 백서 제작, 중요기록물 전산화, 기념관·박물관 건립이 그것이다.

구지 편찬은 말 그대로 용산의 ‘모든 것’을 책 한 권에 담는 작업이다. 1991년 발간, 2001년 개정된 옛 구지를 2020년부터 증보하고 있다. 정치, 경제, 행정 등 제 분야의 변화상을 담아 조만간 결과물을 일반에 공개한다. 이번 증보판은 상·하권 2권으로 제작했고 누구나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자료를 대폭 추가했다. 지역의 ‘정체성’을 한 질의 책에서 모두 찾아볼 수 있을 테다.

16개 동별 지역사·문화유산 기록 작업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2019년 보광동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효창, 청파·서계, 용문, 원효로1·2동을 책으로 정리했다. 주민들의 구술을 풍부하게 담아냈다. 또 2020년 <용산역사문화명소 100선>, 2021년 <용산을 읽다, 용산을 걷다>를 펴내고 현장 문화유산 안내판을 정비했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관련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단위사업별 백서는 해당 부서별로 제작되고 있다. 최근 몇 달간 펴낸 책만 해도 <이태원 지구촌 축제 20년의 기록>, <그 시간의 끝을 위한 경주(코로나19 백서)>, <용산복지백서> 등이 있으며, 특히 지구촌 축제 백서는 지역의 작은 축제를 전 세계 140만명이 찾는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키워온 과정을 담았다. 코로나19 백서는 2년간 이뤄진 구의 모든 방역정책을 총괄, 유사한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보존기간 30년 이상의 중요기록물 전산화는 2023년까지 5년에 걸쳐 진행된다. 이미 비전자기록물 3만건을 전산화했으며 기록물 제목, 생산·접수 일자, 기안자 등 색인 30여개를 메타데이터화 했다. 또 2020년 구청사 지하3층에 ‘스마트기록관’을 조성, 구청 기록물 관리와 공무원 지도감독·교육 기능을 강화했다. 문서 목록과 연계된 보안시스템 운영으로 관계 기관 호평을 얻었다.

역사 현장에도 기록을 남긴다. 유관순 열사가 묻혔던 이태원 공동묘지터 인근에 추모비(2015년), 효창동 이봉창 의사 생가터 인근에 역사울림관(2020년), 원효로제2동 함석헌 선생 옛집터 인근에 기념공원(2021년)을 만들었다. 또 등록문화재 제428호로 지정된 한강로동 옛 철도병원 건물에 ‘용산역사박물관’을 조성하고 있다. 용산의 과거, 현재, 미래를 오롯이 담아, 오는 3월 개관한다.

기록은 곧 기억이다. 우리의 기억이 언젠가 역사가 된다. 추억 한 편에 남은 축제를 기록으로 남기고 필부필녀의 삶을 책으로 만든 데는 이러한 생각이 담겨있다. 조선왕조실록이 조선의 이야기를 전하듯 우리의 기록도 언젠가 용산의 오늘을 말해줄 것이다. 더 많은 기록을 남기고 이를 관리할 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의 최소한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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