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대 대선후보의 공약의 허와 실
기고/ 20대 대선후보의 공약의 허와 실
  • 임 종 은(한국문학신문 전 편집국장)
  • 승인 2022.02.2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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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은(한국문학신문 전 편집국장)
임종은
임종은

[시정일보] 한 국가의 살림을 5년간 책임지겠다는 대선후보들이 매일 새로운 공약을 발표하고 있지만, 별로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물론 이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인 표심을 끌어모으는 것이 선결문제긴 하지만, 후보 자신의 정치 철학이나 유능한 참모진의 아이디어 수준이 한심한 경우가 많다.

특히 코로나19 시국을 이용하여 선심성 돈 뿌리기나 군 장병의 급여를 대폭 인상 등 너무 뻔한 선심성 발언 역시 안타깝다. 예컨대 코로나로 고통받는 전 국민에게 100만 원씩 지급한다면, 결국 돈으로 표를 사겠다는 말밖에 안 된다. 물론 피해를 보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피해 보상 차원에서 합리적인 기준을 정해서 지급하겠지만, 국민 세금을 국민을 상대로 선심 쓰듯이 지급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또 사병 월급을 200만 원까지 지급한다는 공약 역시 긍정적으로 볼 때는 사병의 사기를 앙양시키고 전역 후 사회 초년생으로서 사회생활에 필요한 종잣돈을 마련해 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죽어라 일을 해도 200만 원 미만을 받는 수많은 근로자의 허탈감과 상실감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또 퇴직 후 200만 원이 못 되는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는 가장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서민의 아픈 애환을 깊이 헤아릴 수 있는 여유가 없는가.

공약은 거창한 정책을 펼치는 것도 좋지만, 국민의 높이에서 통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그들은 항상 고급 승용차만 타고 다니는 입장에서 만원버스를 타고 시달리며 생활을 하는 경험이 거의 없는 가운데에서 나온 공약이 서민의 애환을 알기 어려울 것이며, 생활과 괴리된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으리라. 사실, 어떤 후보든 가능하면 “검토하겠다.”라는 식으로 발언을 해야 맞을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국가 재정 사정이나 국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공약(空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거운동을 하다 보면 상대 당에 대한 비난이나 개인의 사생활과 비리 등을 폭로하고 밝히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유권자가 관심을 더 기울이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생산적인 정책과 타당성을 평가하며, 추진할 수 있는 의지나 추진력 등을 보면서 마음을 정하게 된다. 아무리 정치와 거리가 먼 갑남을녀 일지라도 공감할 수 있을 만한 다음과 같은 정책은 국민의 입장이라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택과 부동산 안정 대책, 환경 생태 개선 문제와 대체에너지에 대한 대책, 인구 절벽과 출산 장려 관련 대책, 중⸳장기적인 안보대책, 공정하고 부패 없는 정부를 위한 방안(특히 국회/사법부), 지방 균형발전을 위한 청사진, 장기적인 청년 일자리 문제, 중소기업 성장을 위한 대책(규제 철폐 및 축소, IT⸳AI 사업 등 첨단 산업의 집중 육성대책) 등등.

더 나아가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고 국정을 책임질 후보라면, 이런 기본적인 공약을 넘어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소신 있는 공약을 발표하는 용기도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과거사 청산을 위한 확실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 국회 개혁 방안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국회의원의 권한 대폭 축소, 국회의원 200명 수준 축소, 의원의 무노동 무임금 제도 도입), 지하철 경로 연령 70세 이상으로 조정, 국고지원 불요불급한 각종 협회, 위원회 등 어용단체 폐지 등등.

언뜻 보면 무거운 문제같이 보이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원전 폐지나 종전선언 등의 공약보다 훨씬 가벼운 공약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대선 후보라면 본인의 뚜렷한 국정 철학과 주변의 유능한 조언자의 의견을 많이 수렴하고, 토론을 통해 그 정책의 장단점을 분석한 다음에 최선의 의견을 도출하여 공약으로 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중국의 고사(故事)를 빌려 볼까 한다. 자공(子貢)은 중국 춘추시대 위나라의 학자이며 언어에 뛰어난 공자가 아끼는 제자이다. 어느 날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정치의 요체(要諦)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공자가 대답했다. “충족히 먹이고(足食), 무비(武備)를 튼튼히 하고, 국민의 신망을 얻는 것이다.(民信之矣)” 자공이 다시 묻는다. “부득이하여 꼭 한 가지를 버려야 한다면, 셋(食, 兵, 信) 가운데 어느 것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군비를 버려라.(去兵)” “부득이 나머지 둘 중, 또 한 가지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 “먹을 것을 버려라. 예로부터 누구에게나 죽음은 있었던 것이다. 백성들의 믿음이 없다면 나라는 설 수가 없다.”

공자가 국가를 다스리는 핵심으로 국방과 경제와 국민에 대한 신뢰 중에서 신뢰를 최우선으로 설파한 것은 국가의 경영에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역설한 것이다. 위정자는 언약한 사항을 반드시 이행하고 공사 간에 도덕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따라서 지도자가 언약한 사항을 손바닥 뒤엎듯이 한다거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면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사회 통합도 어려울 것이다. 시대적 상황이 많이 다르겠지만, 이러한 의도를 오늘날 우리의 위정자들이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

각종 선거 때마다 또 개각 시마다 도덕성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고 국민의 정서를 흐려놓는 사례들을 자주 보게 된다.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진심으로 사죄하고 조용히 사퇴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었으면 그나마 연민의 정이라도 느낄 수 있으련만, 이제 국민들은 어지간한 부정과 부도덕한 행위쯤에는 불감증이 만연된 듯하다. 특히 병역기피,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탈세 등 기본적인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고 회피한 인사가 많다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인사들이 결국은 고위직에 앉아 큰소리치고 더욱 승승장구해 나가는 현실을 보면서 많은 서민들은 삶의 의욕을 상실해 가고 있다. 부패하고 부도덕한 자라도 능력만 있으면 고위직의 리더십으로 포장되어 용인되는 실태를 자라나는 세대들은 어떤 가치 기준으로 이해할지 염려된다. 나라의 미래와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위해서는 정직하고 합리적이며 결단력 있는 리더십을 가진 후보가 오는 3월 9일 선거에서 당선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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