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성가족부의 거취가 궁금하다
기고/ 여성가족부의 거취가 궁금하다
  • 임종은 (한국문학신문 전 편집국장)
  • 승인 2022.03.2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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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은 한국문학신문 전 편집국장
임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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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여성가족부의 존폐에 대한 정치권의 의견이 분분하다. 양성평등의 전제(前提) 하에서 조직과 행정이 이루어져야지 남녀로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예를 들어 교육행정에서 교사를 여선생 남선생 나누거나, 의료정책에서 의사를 남의사 여의사로 구분해서 하게 되면 행정과 조직의 중복으로 낭비가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점차 다원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여성가족부의 존속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존속을 주장하는 의견은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구조적 차별을 인식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과 국가 성평등 추진 체계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다문화가정이나 이주여성의 문제, 여성인권 신장 문제 등 전문 부서로서의 위상을 살려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01년 여성부가 창설되고 또 여성 장관이 취임할 때마다 출산장려 정책 등이 획기적으로 이루어져서 모두가 걱정하는 인구절벽 현상이 해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많은 사람이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국민의 눈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으며, 사실상 일개 부처의 힘으로 인구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여성가족부의 존폐를 결정하기 전에 먼저 기본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화와 급변하는 시대의 조류에 맞춰서 행정조직의 변화는 당연할 수밖에 없지만, 정부 부처의 신설과 폐지는 신중해야 한다.

부처 간 업무 이관으로 인한 혼란과 법령의 개정이 있어야 하며, 보이지 않는 많은 예산 소모도 뒤따르게 된다. 따라서 신설과 폐지에 따른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과 행정의 효율성, 시설과 인원 증가에 따른 예산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정책적인 결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여성 정책과 여성의 권익 증진, 청소년 및 다문화가정 등 가족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여성 정책을 관장하는 조직은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사회부 부녀국으로 출발해서 55년 보건사회부, 보건복지부에 속해 있다가 정무제2장관실로 이관되었다.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 설치한 여성특별위원회를 2001년 1월 여성부로 개편하면서 독립부서로 신설된 이후, 여성가족부와 여성부로 축소와 확대를 거듭하다가 청소년 업무와 가족관계 업무를 다시 넘겨받아 2010년 3월 현재의 명칭으로 환원되면서 여성가족부 체제를 갖게 되었다.

여성가족부는 그동안 성매매 방지법 제정, 호주제 폐지,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등 각종 제도를 개선해 왔으며, 성폭력·가정폭력 예방과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 이주 여성 지원 등에도 힘써왔다.

그러나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폐지를 공약함에 따라 여성가족부는 창설 22년 만에 다른 부처로 기능이 분산, 흡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여성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30여 개 여성단체가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약 폐기를 촉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당선인은 여성과 소수자들이 모두 평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정책 비전보다는 오히려 혐오 선동, ‘젠더 갈등’이라는 퇴행적이고 허구적인 프레임을 선거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많은 국민을 실망시켰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2030 남성들을 주축으로 한 일부에서는 여가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여성 정책뿐 아니라 청소년과 가족 관련 업무를 관장하고 있지만 그 성과에 대한 평가는 회의적이었다. 주요 방송사들의 출구조사 결과 이번 선거에서 20,30대의 남녀 표심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여성가족부 무용론'이 수차례 제기되어 왔다. 이명박 정부 초기 여성가족부를 '여성부'로 축소하고 일부 업무를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려 했지만 업무가 늘어나자 여성부로 다시 넘긴 사례가 있다. 윤 당선인도 여성가족부 폐지를 여러 차례 공언하면서 "여성가족부를 없애는 대신 아동, 가족, 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를 신설 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서 조차 폐지보다는 개편을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곧 있을 총선 등 선거를 고려하면 여성계 반발을 무릅쓰고 폐지를 단행하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다. 그뿐 아니라 정부조직법 개정도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이를 폐지하려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국민의힘 관계자는 "공약을 폐기하는 것은 어렵지만 분담 업무를 조정해서 만족할 만한 개편 안은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내에서도 의견이 다양하기 때문에 논의를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20대 대선이 역대 선거 중에서 가장 근소한 표차인 0.7%대로 나타난 표심으로 보아, 정책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함은 물론이며, 현존하는 부처를 대안 없이 폐지한다는 것은 여성계 등의 반발이 예상되는바, 타 부처와의 업무조정을 통해서 기존 여성가족부의 업무도 존속시키는 지혜가가 필요 하다고 본다. 그래서 당선인이 강조한 국민 통합 정신에도 합당하고 취임 초부터 당면하게 될 소모적인 갈등의 소지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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