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종교를 문화가치로 인정하는 열린 사회를 기대하며
시정칼럼 / 종교를 문화가치로 인정하는 열린 사회를 기대하며
  • 권혁중 논설위원
  • 승인 2022.04.0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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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중 논설위원

 

[시정일보] 종교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 오래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종교는 정치, 경제, 사상, 예술, 과학 등 사회의 모든 영역에 관련돼 절대적이며 궁극적인 가치체계로서 기능했고, 역사발전단계를 반영하고 있는 구체적인 문화현상이다.

종교는 문화의 본질이다. 전통적으로 종교는 인간 가치체계의 근원으로서 사회통합과 질서 유지를 위한 가장 강력한 기능을 행사해 왔다.

오늘날 신념의 위기가 초래된 근본 원인은 기존 종교가 고유한 기능을 상실하고 빈혈증에 시달린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신념의 위기(crisis of belief)’라고 통칭하는 전통 붕괴 상황은 새삼스럽게 종교의 역할을 재고하게 만든다.

종교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갱신해 나가지 않으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불교·유교·기독교 등 한국의 여러 종교 전통들은 과연 ‘전통주의’라는 교리의 껍질 속에 안주하고 말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세계 문명을 위한 새로운 가치 창출에 이바지할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종교는 전통문화와의 이질성으로 토착화의 문제에서 많은 난관이 있었으나, 종교 활동이 일반화되면서, 현대 한국인은 신앙 속에 광범위한 조직과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는 내가 믿고 있는 종교와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을 포용하고 이해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자신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종교계에서 말하는 ‘이단’(異端)이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 한자를 풀이하면 ‘끝이(端) 다르다(異)'라는 뜻으로, 사전적 의미로는 정통 이론에 어긋나는 사상 및 방식을 칭한다. 종교적 의미로는 기성 종교의 정통 교의에서 많이 벗어난 교리, 주의, 주장 등의 조작을 총칭하는 말이다.

사이비 종교와 이단은 비슷하지만 다른 개념이다. ‘이단'은 기존 종교의 교리에서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여 가르치는' 이들이다. 그러므로 사실상 존재하는 모든 종교에 이단이 존재한다. 이단은 다른 종교를 의미하는 이교와는 다르다. 반면 ‘사이비'는 기존 교리든, 변질된 교리든, ‘교리를 악용해 이익을 얻으려는' 이들이다. 즉, 사기꾼이라는 말이다.

주류 교단들 간에도 서로 이단이라 여기고 있으니, 이단이 전부 사이비라 할 수는 없다. 이단은 뿌리는 같으나 끝이 다르다는 뜻이지만, 사이비는 그냥 가짜라는 뜻이라고 보면 된다. 종교에서 사이비라는 것은 겉보기엔 종교 같아 보여도 사실은 종교가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20조 1항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종교의 자유’란 ‘국민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종교를 자기가 원하는 방법으로 신봉할 자유’를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종교의 자유도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다. 즉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다름을 인정하는 문화가 성숙돼야 한다. 네덜란드 출신 미국 작가이자 역사가인 헨드릭 빌렘 반룬은 명저 <똘레랑스(tolerance)>에서 “관용이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설파했다. 자신과는 다른 타인과의 차이를 자연스레 인정하면 그 차이에 대해서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관용은 처음 종교에 대한 자유 개념에서 시작됐다. 종교계에 관련된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있는 진리의 절대성과 우월성을 주장하기 때문에 자기와는 다른 종교를 거부하거나 배격하기 쉽다.

사람들에게 「+」이 그려진 카드를 보여주면 약사는 ‘녹십자’라 하고, 경찰은 ‘사거리’라 하고, 산부인과 의사는 ‘배꼽’이라 하고, 수학자는 ‘덧셈’이라 하고, 목사는 ‘십자가’라고 대답한다. 모두가 다 자기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이 ‘틀린’것이 아니고, ‘다를’뿐이다. 그래서 사람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다. ‘틀림’이 아니고 ‘다름’의 관점에서 서로를 이해에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종교에 대한 관념이 다르다고 해서 이를 이단이라고 비난하기보다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종교를 문화적 가치로 인정하는 열린 사회가 성숙한 선진 시민사회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