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멈출 줄 아는 것도 민주주의다
사설 / 멈출 줄 아는 것도 민주주의다
  • 시정일보
  • 승인 2022.04.2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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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하면 된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자.’라는 말은 기성세대들이 신세대들에게 의지와 노력을 강요하는 군사정권하의 구호들이다. 구호들은이 마을 앞, 대형 돌 위에 새겨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최근 정치권에서 진행되는 일들을 보면, 안 되는 것은 되게 하라는 구호들을 가감 없이 실천하는 모양이다.

검찰개혁의 ‘검수완박’이라는 과제 앞에서 한 치의 양보를 보이지 않고 앞으로만 나가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새 정부가 장관 후보를 발표했다. 연일 언론에서, 검증한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지적들이 나온다. ‘검수완박’을 대응하는 여당에서는 앞으로만 가는 일정을 내놓는다. 장관 후보를 내놓는 새 정부에서는 ‘부정의 팩트’가 없다는 말로 마이웨이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안 되는 일도 있을 수 있다.’라는 넉넉함의 전제가 사라진 모습이다.

위정자들이 발표하거나 목표로 정해진 일을 도중에 거둬들인다면 그것은 실패와 실책으로 여긴다.

세상은 앞으로 꼭 가야 하는 일들이 있다. 하지만 도중에 멈출 줄 아는 결단의 모습들도 필요하다.

앞으로만 가는 것들이 결코 전진만은 아니다. 오히려 아집의 결과가 될 수 있다. 과학에서도 그렇다. 안 된다는 사실을 판단하는 것도 연구의 결과로 본다. 경제학에서 안 되는 것을 붙잡는 것은 낭비라는 이론도 있다.

열띤 토론과 타협의 모형을 그려 나가는 시간이 왔다. 교육에서도 멀고 험하지만 돌아가는 것이 더 빠를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면서 수업을 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 될 것이다. 건설 현장에서도 그렇다. 날씨와 여러 환경에 맞추어 공사일정이 지체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공사일정을 제시간에 맞추지 못하는 것은 커다란 실책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서두르며, 대형 사건과 인재를 만난다. 조금 늦더라도 침착하게 해야 했다는 후회는 이미 늦은 과거형이 되고 만다.

자연은 인간에게 교훈을 준다. 서두르지 않는 매화는 추위 속에서도 꽃을 피운다. 개나리는 그 누가 재촉하지 않아도 봄 되면 꽃을 피운다. 사과나무는 서두르지 않는 가운데 열매를 맺는다. 인류의 역사에서 후회의 역사는 서두름에 있다. 서두르는 것들은 늘 불안전한 것들을 탄생시킨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문법은 커다란 분란을 일으킨다.

하나의 가치만을 기차처럼 앞으로만 달리게 하는 것은 집단의 욕심이 아닌가 돌아보는 사회가 돼야 한다. 최선을 다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것은 다르다. 최선은 노력의 결과물이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것은 자칫 오류가 되거나 결과의 폭력이 될 확률도 있다. 과감히 버려야 하는데 꾸역꾸역 잡고 있으므로, 더 넓고 좋은 것을 바라보지 못하고 놓치는 예도 있다.

시간은 한정적이다. 집단이 고집을 피우고 있을 때 소모의 시간은 떠나버린다. 타협으로 내려놓을 때 역사는 발전한다. 그리고 넉넉한 국가의 모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