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수원 세 모녀 비극, 구멍 뚫린 사회안전망 제대로 손질해야
사설 / 수원 세 모녀 비극, 구멍 뚫린 사회안전망 제대로 손질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22.09.0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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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세 모녀가 극심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해 우리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수원의 이 세 모녀는 3년 전 가장을 잃은 뒤 특별한 직업도 없어 월세도 제때 못 낼 만큼 매우 어려운 형편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암 진단을 받은 엄마와 희소난치병 등에 걸린 두 딸은 오랜 기간 투병생활을 했지만 주민과의 교류도 없이 장기간 고립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행정 당국이 이들의 딱한 사정을 전혀 몰랐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들은 화성시의 지인 집에 주소 등록이 돼 있는 상태에서 2020년 2월부터 이 주택에서 거주했으나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권선구 관할동 복지센터는 전혀 알지도 못했다고 한다.

화성시는 이들의 건강보험료 16개월 치가 밀렸다는 통보를 받고 최근 주민센터 직원이 방문했지만 실제 거주하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 모녀는 건강보험료를 16개월이나 체납해 정부의 복지 관리 대상자가 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주민등록상 주소지 관할 관청인 화성시는 전체 체납액이 27만 여원으로 금액이 크지 않아 복지 대상자로 선정하지 않았고, 거주지는 수사권이 없어 찾지 못했다고 한다.

문제는 체납 금액의 과다여부가 아니라 체납 기간이 긴 경우 복지 대상자로 분류하는 방식을 도입함이 옳다고 생각된다.

지난 2014년 송파구에서 두 딸을 부양하던 연로한 어머니가 넘어져서 식당일을 하지 못하면서 수입이 끊어지자 병마와 신세를 비관해 반지하 월세방에서 두 딸과 함께 번개탄을 피워 동반 자살한 사건을 비롯 2019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임대아파트에서 새터민 40대 여성과 6세 아들이 굶어 죽은 사건, 경기 동두천에서 30대 주부가 네 살배기 아들을 안고 15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진 사건, 마포구에서 막노동하며 홀로 살던 60대가 100만원의 화장 비용을 남겨두고 고독사한 사건, 지난해 4월 발생한 충북 증평 모녀 사망 사건 등 구멍 뚫린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안타까운 고귀한 생명들이 숨지는 이러한 안타까운 사건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각 지자체나 위정자들은 재발방지책 등 복지를 부르짖고 있지만 실제로는 계속해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허울뿐인 복지가 아닌가 싶다.

차제에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의료급여제도가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없는지 다시 한 번 꼼꼼히 점검해 더 이상 이러한 불상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구멍 뚫린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손질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