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 청구사유 명시 법률개정 시급
소환 청구사유 명시 법률개정 시급
  • 시정일보
  • 승인 2007.09.2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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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七錫 기자 chsch7@sijung.co.kr
주민소환제 시행 이후 첫 투표 시도로 관심을 모았던 김황식 경기도 하남시장 등에 대한 소환투표가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전면 중단됐다. 하남시 주민소환투표는 이 제도가 지난 7월 시행된 뒤 처음 발의된 것이어서 전국 지자체와 국민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수원지법 담당 재판부는 “주민소환 추진위가 청구 사유가 적힌 명부를 보여주고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도 청구 사유없이 서명부를 받았다”는 이유로 무효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주민소환제는 대의민주주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한 직접민주제의 한 방법으로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직자의 비리나 직무유기, 직권남용, 예산낭비 등의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독단과 전횡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임기 중에라도 주민투표로 퇴출시키는 견제장치의 일환으로 도입됐지만 주민들의 집단이기주의의 방편으로 이용되는 것 또한 매우 경계할 일이라 생각된다.
물론 이번 판결로 김황식 하남시장 등 소환대상자들은 권한을 되찾았지만 그간 직무정지에 따른 행정력 마비와 이미 지출된 수억원대 예산이 무용지물로 낭비됐으며 이에 따른 혼란 또한 적지 않았다. 앞으로 이에 대한 책임규명 등 파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주민소환제의 이번 실험은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게 된 어설픈 실험장이 아니었나 싶다.
이번 하남시장의 주민소환투표 시행문제는 중요한 제도일수록 시행 초기부터 절차상의 하자를 결코 무시해선 안 된다는 값비싼 교훈을 남긴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현행 우리나라의 주민소환법은 구체적 소환 사유를 명시하지 않은 채 그 절차만을 열거하고 있어 입법불비가 아닐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에서의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스스로 선출한 주민 대표를 일정한 유권자 수만 확보하면 그 이유야 어떻게 됐든 소환해 파면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은 단체장이나 의원들의 소신있는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대의 민주주의와 민주적 자치의 근간을 위협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주민소환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지역갈등과 님비현상 등으로 남용돼서는 결코 안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인 주민소환제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주민의 성숙된 민주주의 의식과 함께 남용을 막기 위한 명확한 청구사유와 청구사유의 엄격한 제한, 요건 강화 등 반대를 위한 반대로부터 적법하고 정당한 업무를 보호 받을 수 있도록 입법의 취지는 살리돼 파생되는 문제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보완입법 등 법률개정을 선행하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