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욕심 때문에 정국 안정 저해해선 안 돼
시청앞 / 욕심 때문에 정국 안정 저해해선 안 돼
  • 정칠석
  • 승인 2022.11.1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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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只是欲蔽情封(지시욕폐정봉)하여 當面錯過(당면착과)하면 使咫尺千里矣(사지척천리의)니라.

이 말은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말로써 ‘다만 욕심과 정 때문에 본성을 잃어 한 번 어긋나면 가늠할 수가 없다'는 의미이다.

인간은 큰 저택에 살거나 초가집에 살거나 삶의 참뜻을 알고 즐겁게 살아가는 데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욕심과 정 때문에 사람의 본성을 잃지 말자는 이야기이다. 사람의 본성이 살아있는 한 모든 사물은 사랑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생물이 이 땅 위에서 완전히 존재하지 않게 됐다 하더라도 자비심은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존속해 있기 때문이다. 석가모니가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건강을 잃고 친구를 잃고 명예를 잃는다는 것은 그 어떤 것이나 다 커다란 손실이다. 그러나 사람으로서 자비심을 잃는다는 것은 무엇보다 가장 큰 손실’이라고 했다.

작금에 들어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전면적인 국정 쇄신, 국무총리 경질, 국정조사 수용을 촉구했다. 이번 참사 국가애도기간이 끝나자마자 대여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경찰과 용산구청 등이 이번 참사 대응에서 총체적 난맥상을 보인 건 사실이다. 물론 긴급 재난 대응의 문제점을 철저히 따져 잘못이 드러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상응한 책임을 묻는 건 당연지사이다. 경찰청이 특별감찰팀과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강도 높은 수사에 돌입했다. 사고 원인을 제대로 밝혀 대책을 세워야 향후 이러한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와 감찰이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제1야당이 대통령 사과와 총리 경질,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 파면부터 요구하는 건 본질보다 자칫 정치공세로 흐를 수도 있다.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당리당략으로 국회를 싸움판·정쟁판으로 만들게 아니라 참사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급선무이다. 특히 일부에선 고귀한 희생을 정쟁과 선동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진보 성향의 촛불승리전환행동이 강행한 추모 성격의 집회에선 정치 구호가 난무하고 참가자들은 ‘퇴진이 평화다', ‘퇴진이 추모다'라는 등의 팻말을 들고 대통령 퇴진 촉구와 ‘국힘당 해체하라’는 등의 구호도 외쳤다. 촛불집회가 진정한 추모를 넘어 국가적 재난을 정략적으로 활용, 사회 혼란을 부추긴다면 결코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추모의 진정성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 욕심 때문에 사회 통합과 정국 안정을 저해하는 우를 범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