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세치의 혓바닥으로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시청앞 / 세치의 혓바닥으로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 정칠석
  • 승인 2022.11.1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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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有一念而犯鬼神之禁(유일념범귀신지금)하며 一言而傷天地之和(일언이상천지지화)하며 一事而釀子孫之禍(일사이양자손지화)하나니 最宜切戒(최의절계)니라.

이 말은 菜根譚(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써 ‘한 가지의 생각으로 하늘의 계율을 범하게 되고 한 마디의 말로 천지의 조화를 깨뜨리며 한 가지의 일로 자손의 불행을 빚는 수가 있다. 깊이 경계해야 할 일’이라는 의미이다.

생각과 말과 일은 서로가 연계돼 있다. 생각 없는 말이 있을 수 없고 말없이 어떤 일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일은 시시각각으로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생각은 나름대로의 갖가지 말을 만들어 내기 마련이다. 세치의 혓바닥으로 다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우리의 옛말이 있다. 말은 그만큼 어렵고 무거운 것이다. 말은 그것이 내뱉어졌다는 사실만으로 경우에 따라선 정신적인 사슬이 되고도 남는다. 사불급설(駟不及舌)이란 말이 있다. 논어에 나오는 말로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빠른 마차라도 혀의 빠른 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말은 한 번 하면 빨리 퍼지고 또 취소하기도 어려운 만큼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다. 말뿐이 아니다. 말도 그렇지만 생각 또한 신중해야 한다. 신중한 생각에서 신중한 말이 나오고 신중한 행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행동은 입보다 크게 말한다는 영국의 격언도 있지만 행동 하나하나에 상황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곳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싶다.

작금에 들어 행정안전부 장관이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또한 장관은 “그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도, 고위공직자의 책임 있는 자세도 아니다”라고 부연했다고 한다. 물론 사고 수습과 진상 규명이 먼저라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참사의 예방과 대응 책임의 주무 장관이라면 단어 하나, 문구나 표현 하나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 참사 앞에서 폼나게 사표 쓰고 싶다고 ‘장관 자존심’을 앞세운 것이다. 또한 이에 앞서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는 발언을 내놓아 국민들의 공분을 산적이 있다.

이런 말들에서 우리는 국가 재난관리 총책임자다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이제 이태원 참사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있어 그 어떤 것이 과연 주무 장관으로서 정말 바람직한 것인지를 더욱 깊이 성찰하고 심사숙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