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는 한 명이지만 ‘유니크’는 모두가 될 수 있다
‘베스트’는 한 명이지만 ‘유니크’는 모두가 될 수 있다
  • 임지은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1.2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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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은 | 전 월간중앙 기자, 칼럼니스트
임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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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세계 0.2%에 불과한 유대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축으로 세계 각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어떠한 분야든 국제무대의 정상에 이르려면 유대인과의 접촉이 필수라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 이들이 인류사에 남긴 발자취를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과학자 아인슈타인,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 공산주의 이론의 시조인 카를 마르크스, 시인 하이네, 철학자 스피노자,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금융가의 큰손 조지 소로스, 석유왕 록펠러,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신문왕 퓰리처,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코미디언 찰리 채플린 등 열거하기도 힘든 이 모든 이들이 바로 유대인이다.

유대인들은 국제금융, 언론, 정치, 학계, 법조, 의학 등 전 분야에 걸쳐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의 30%,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교수의 30% 이상이 유대인이다.

이들은 어떻게 세계를 뒤흔들게 된 것일까. 일당백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들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교육의 힘이다. 개인이 가진 최고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 재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교육 철학, 이것이 인재를 길러내는 비결이다.

『탈무드』에는 ‘자녀를 가르치기 전에 눈에 감긴 수건부터 풀라.’라는 말이 나온다. 아이의 기질과 개성을 무시한 채 부모의 욕심과 바람을 앞세우지 말라는 뜻이다.

유대인은 하나님이 아이마다 다른 달란트, 즉 재능을 내린다고 믿는다. 자녀 교육을 신에 대한 의무로 여기는 유대인은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아이가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에 충실하다. 아이가 어떤 달란트를 갖고 있든 그것을 존중하고, 칭찬으로 달란트를 키워준다. 때문에 아이 또한 어릴 때부터 자신의 달란트가 무엇인지를 모색하며 성장한다.

유대인은 무엇보다 다양성을 존중한다. 유대 격언에는 ‘100명의 유대인이 있다면 100개의 의견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모든 사람이 다른 존재라는 의미다.

다른 것은 단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유대인들은 확고히 갖고 있다. 사람마다 달란트는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아이를 공부와 같은 획일적 잣대로 평가하는 일이 없다.

유대인을 지칭하는 ‘히브리’는 ‘혼자서 다른 쪽에 선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유래처럼 유대인은 자기만의 길, 다른 길을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아이만의 특별한 재능을 찾아내고, 아이가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도록 이끌어 준다.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유대인의 성공 스토리 뒤에는 그들의 재능을 알아봐 주고 믿어준 부모가 있다. 21세기 영화계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1946~ )는 어릴 적 난독증이 있는 학습 부진아였다.

스필버그는 공부에 흥미가 없고, 학교 가기를 무척이나 싫어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았던 그는 늘 혼자서 공상에 빠져 있곤 했다.

스필버그의 어머니는 공부를 강요하지 않고 아들의 꿈을 믿어주었다. 아들이 학교에 가기 싫다고 꾀를 부리면 ‘아이가 아파 학교에 갈 수 없다,’라고 거짓편지를 써주기도 했다.

“나는 솔직히 단 한 번도 전형적인 어머니였던 적이 없어요. 아들이 원하는 건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었죠. 그것이 아이의 독창성을 살리는 길이라고 믿었습니다.” -레아 아들러(스티븐 스필버그 어머니)

학창시절 스필버그는 8mm 무비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촬영을 하고, 영화처럼 편집하기에 몰두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작품을 늘 끝까지 관람하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렸다.

스필버그는 그녀는 “엄마가 기대할게.”, “네 상상력은 세계 최고”란 말로 아들을 격려했다. 스필버그의 어머니가 “남들 다 공부하는데 너는 뭐 하고 있느냐? 인생 어떻게 살려고 하느냐?”라고 다그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는 남과 다른 아들을 남과 비교하지 않고, 개성을 존중했다. 아들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성공에 이르기까지 격려하며 묵묵히 지켜봐 주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IQ가 높다고 알려진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도 네 살이 되어서야 겨우 말을 시작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그는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도저히 공부할 수 없는 아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호기심 많은 아인슈타인은 수업시간에도 엉뚱한 질문을 많이 해 교사로부터 산만하다는 주의를 끊임없이 들었다. 급기야 학교 선생님은 그의 어머니에게 “다른 아이들에게까지 나쁜 영향을 끼칠지 모르니 학교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아인슈타인 어머니는 선생님의 말씀에도 아들을 혼내거나 포기하지 않고, 아인슈타인을 직접 가르쳤다. “너는 똑똑한 아이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그걸 모를 뿐이다. 남들과 같으면 결코 남보다 나을 수 없단다.”

어머니는 호기심 많은 아인슈타인의 질문을 단 하나도 그냥 넘기지 않고 함께 답을 찾아 나갔다. 특히 아들이 좋아하는 물리와 관련된 책들을 읽는 것을 도와주었다.

덕분에 아인슈타인은 열다섯 살에 데카르트, 뉴턴, 유클리드 등 유수한 학자들의 저서들을 독파했고, 다른 아이들이 유난히 힘들어하고 싫어하는 물리, 철학, 화학에 능통했다. 남다른 아이를 남다르게 키운 어머니의 교육 철학이 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를 만들어 냈다.

유대인 부모는 자녀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함을 강조한다. 세상에 그 어떤 것도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자신이 선택한 일이기에 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자신의 몫이다. 아이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면 아이는 책임감을 느낀다. 유대인 부모는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칭찬과 격려로 아이에게 긍정적인 자아상을 심어준다.

부모의 전폭적인 믿음은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도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힘이 된다. 노벨상을 두 번이나 탄 물리학자 라이너스 폴링(Linus Pauling, 1901~1994)이 말했다. “저는 제 삶을 통틀어 제가 하고 싶지 않은 일, 제가 즐기지 못하는 일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습니다. 단지 매사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살았을 뿐입니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만 향하면 세계는 기울어지고 말 것이다.’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다. 유대인 부모는 아이에게 ‘남보다 뛰어난 사람이 돼라.’라는 말 대신 ‘남과 다른 사람이 돼라.’라고 조언한다.

남들이 가는 길을 무작정 따라가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찾으라는 의미다. 유대인은 남과 같기를 원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노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의 개성을 살려주는 것이 결국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 굳게 믿기 때문이다. 남과 다른 ‘무언가’를 가지면 독보적인 지위를 점할 수 있다.

‘베스트(best)’는 한 명이지만 ‘유니크(unique)’는 모든 사람이 될 수 있는 이치다. 이렇게 유대인들은 100이면 100명 모두 1등으로 키운다. 유대인이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인재를 양성하는 법이다.

개성을 강조하는 교육에서 창조가 나온다. 틀에 짜인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자유롭게 생각할 수 없다. 남과 다른 개성을 존중하는 유대인의 교육은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토양이 된다.

기존의 전문가, 권위, 이론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문을 품는 데서 혁신이 일어난다.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도전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유대인은 그 용기로 인류에 남다른 획을 그어왔다.

유대인은 기존 사고의 틀을 깨고 자유롭고 독창적인 생각을 한다.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창조해간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 1909~2005)는 이렇게 말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수단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그것을 창조할 수 있다. 창조는 미래를 예측하는 최고의 열쇠다.

모두가 한 길로 들어서면 피 터지는 생존 경쟁이 불가피하다. 극소수가 승자의 축배를 드는 순간, 수없이 많은 낙오자가 쏟아진다. 모든 아이는 천재로 태어난다고 했다.

단지 그 아이의 특별한 재능을 알아내느냐 여부가 천재와 낙오자를 가른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 모양이 다르듯 아이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아이가 가진 개성을 발견할 때 아이는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한다.

동그라미 모양의 아이를 세모나 네모 아이와 비교하지 않고, 동그라미 특성을 인정하고 믿어주자. 아이는 타고난 천재성을 발휘해 더 나은 세상을 창조하는데 큰 획을 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