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위정자는 자신에게 더욱 엄격해야
시청앞 / 위정자는 자신에게 더욱 엄격해야
  • 정칠석
  • 승인 2022.12.2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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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堯舜帥天下以仁(요순솔천하이인)하매 而民從之(이민종지)하고 桀紂帥天下以暴(걸주솔천하이포)하매 而民從之(이민종지)하되 其所令(기소령)이 反其所好(반기소호)면 而民不從(이민불종)하니라.

이 말은 大學(대학)에 나오는 말로서 ‘요와 순이 어짐의 정치로 천하를 통솔하자 백성은 그들을 따랐고 걸과 주가 포악한 정치로 천하를 통솔했어도 백성은 그들을 따랐으되 그들이 내리는 명령이 그들이 좋아하는 것과 상반된 경우에는 백성은 따르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요와 순은 가장 이상적인 성왕으로 오래도록 칭송돼 왔으며 먼 옛날 그들이 통치했던 시절을 요순시대 또는 唐虞之治(당우지치)라고 하여 후대 사람들이 동경하고 꿈 꿔왔던 지상낙원의 시절이었다. 또한 역대의 왕은 요순의 정치를 재현해 요순시대가 다시 도래하게 하는 것이 통치의 최고 목표이자 이상이었다. 반면에 걸과 주는 극악무도한 폭군의 전형으로 걸은 하나라의 마지막 왕이었고 주는 상나라의 마지막 왕이었다. 성군의 전형 요순과 폭군의 전형 걸주를 대비해 윗물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걸주의 경우를 예로 보면 자기들은 포악한 정치를 일삼으면서 백성에게는 공경과 충성을 보이라고 요구했기 때문에 백성은 따르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한 마디의 말이나 한 인간의 행실이 일을 그르치고 나라를 멸망시키는 계기가 되는 바, 특히 위정자를 비롯한 지도층들은 명심해 경계해야 할 의미이다.

작금에 들어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으로 출동한 경기도 소재 모 병원 재난의료지원팀(DMAT)이 모 국회의원을 태워 가느라 20여 분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우리를 경악케 하고 있다. 특히 논란의 국회의원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이기도 했다. 이번 논란이 일자 이 의원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에서 사퇴했다. 또한 한 시민단체로부터 직권남용과 공무집행방해, 강요, 응급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처지에 놓였다. 이 의원은 참사 현장 출동을 계기로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장의 통제 부족,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 등을 비판하고, 최근에는 “참사 당시 긴급환자 이송 우선순위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 정작 닥터카 출동 시간을 지연시킨 당사자가 이런 우선순위를 망각한 것은 아닌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위정자는 자신에게 더욱 엄격해야 한다는 옛 명언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보며 우리는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