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계묘년 별주부전 '토끼의 지혜'
특별기고/ 계묘년 별주부전 '토끼의 지혜'
  • 시정일보
  • 승인 2023.01.0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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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광 선일 법명사 회주
미광 선일 법명사 회주
미광 선일 법명사 회주

[시정일보] 동지가 지나 긴 어둠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리고 새해는 어김없이 찾아왔으나 그 어둠은 천천히 우리 곁을 배회하며 쉽게 물러설 줄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추위와 어둠을 뒤로하고 각자가 힘을 내서 희망의 빛을 맞이하려고 기도하며 정진한다. 계묘년 한 해의 시작이다. 가슴을 활짝 펴고 양면의 세계를 받아들인다.

세상살이 내가 편하다고 모두가 편한 것은 아니다. 세상이 불타고 있는데 언제 그 불이 나에게 올지 모른다.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살다 보면 갈등의 골이 생겨난다. 그렇다고 안 만나고 살 수 없는 것이 세상이다. 하지만 마지막 달력을 떨어내고 계묘년 새 달력을 걸어 놓고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은 싱그럽다. 새집에 이사 온 기분이다. 집들이해야겠다는 마음이 일어난다. 손님도 초대하고 싶다. 누군가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물가는 오르고 정치판은 시끄럽고 바다 건너 세상은 전쟁의 아비규환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행복의 끈을 놓지 않고 살기 위해 지혜를 모은다. 권력자가 재력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내 간을 빼앗아 간다고 해도 간이고 쓸개고 다 빼놓고 사는 게 우리들의 현실이다.

새해에는 별주부전의 토끼의 지혜를 발휘하며 살아보자.

용궁에 다녀온 토끼가 배고픔, 추위, 더위, 병란이 넘치는 세상에 회의를 느끼고 자라의 감언이설에 속아 행복의 세계를 찾아 제 발로 용궁으로 찾아갔다가 자신의 아둔함을 깨닫고, 우여곡절 끝에 고향으로 돌아와 진정한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체험을 통해 터득했다. 별주부전에서 토끼는 서민들의 모습일 수 있다. 바닷속 용궁의 호화로운 생활과 높은 벼슬을 할 수 있다는 자라의 말에 속아 죽을 지경에 이르지만, 끝내 용왕을 속이고 용궁의 충신 자라를 우롱하면서 최후의 승리를 얻는다.

토끼전은 지배층의 권력남용과 모순 등의 문제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분수에 맞지 않은 욕심을 부리다가 죽을 뻔한 토끼, 임금의 명령에 무조건 충성하는 자라,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희생시키려는 용왕의 모습은 과거나 현재나 권력자들의 속성이다. 혼란과 불확실성의 세상이지만 계묘년 토끼해를 맞아 한 시인의 글을 읽고 밝은 새해를 맞이하자.

“길이 끝나면 거기 새로운 길이 열린다. 한쪽 문이 닫히면 거기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겨울이 깊으면 거기 새봄이 걸어 나온다. 내가 무너지면 거기 더 큰 내가 일어선다. 최선의 끝이 참된 시작이다.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

※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