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정 칼 럼 / 과이불개(過而不改)
시 정 칼 럼 / 과이불개(過而不改)
  • 최 기 복 논설위원
  • 승인 2023.01.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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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기 복 논설위원
최 기 복 논설위원
최 기 복 논설위원

[시정일보] 새해가 밝았다. 송구영신의 문턱에 서서 지는 해를 보고 동녘에 뜨는 새해를 보면서 반성과 후회, 그리고 희망과 꿈이 교차하는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새해 벽두에는 일신(日新) 우일신(又日新)이라는 표현을 빌어 새롭게 더 새롭게 다짐하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일상이다.

2023년 신년 화두는 過而不改(과이불개)라는 사자성어를 대한민국 교수들께서 선택했다고 한다. 위로 대통령부터 시작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이 버거운 국민들에 이르기까지 특히 복마전이라고 불리는 300명 국회의원 나리들 지갑에 가훈이나 유훈처럼 넣고 다니며 읊조려야 할 준엄한 가르침이다.

가치 정서가 바뀌어 가면서 사회는 극도로 불안해지고 있다. 신변 보호 요청을 하는 국민들이 많아져 가고 있다. 고독사라는 이름으로 한창 일할 나이의 신중년 자살률이 세계 최고다. ‘내로남불’이라는 사전에는 없는 신조어가 자연스럽게 가치 정서를 뒤흔드는 나라가 돼 가고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라는 사자성어다. 국민의힘이 야당이었던 시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게 수없이 내뱉은 말이기도 하다. 열흘 붉은 꽃 없다. 당신들이 야당이 안 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기고만장했고 대통령 선거에서 근소한 표 차로 패배했다. 패배의 원인은 기고만장이었다.

국민은 그 기고만장(氣高萬丈)을 결코 용서치 않는다는 것이다. 필자는 국민의힘에 똑같은 표현을 빌어 고언을 하고자 한다. 만약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됐다면 그는 무죄가 아닐까? 민주당 노모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한 민주당 의원들의 양심과 이를 가결시키려는 여당의 국회의원들에게 지난 임기 동안 당신들의 업적이 무엇인가를 묻고 싶다.

대한민국은 당신들이 만든 나라가 아니다. 선혈들의 피와 눈물과 땀으로 만든 나라다. 외세의 침략으로 인해 받은 고통의 역사도 잊고 보릿고개의 굶주림에 허리가 휘어 사는 것이 죽는 것만 못했던 기억마저 소실됐다면 신(神)은 기필코 이를 일깨워줄 고통의 시간을 우리에게 나누어 줄 것이다. 입으로는 국민을 위한다는 구실을 달고 다니면서 서로가 서로를 못 잡아먹어 으르렁거리는 금수만도 못한 비이성적인 당파 행위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한 국민적 대답이다.

과이불개(過而不改)라는 신년 화두가 왜 채택됐는지도 못 느끼는 사람들은 권력의 단맛을 음미하며 해서는 안 될 일을 커튼 뒤에서 은밀하게 행하다가 들키면 오리발로 일갈한다. 국민들의 시각에 어떤 앙금을 남길 것인가. 나라가 망해도 나만 잘살고 보자는 선량들의 모습에서 국민들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결점을 지적하고 고치려 해도 현역들의 이기지심에 밀려 공염불이 되고 말 국회의원 선거제도도 그 좋은 예다.

국민의 공복으로서 지켜야 할 예의가 과이불개다. 한번 잘못했으면 다음에는 고쳐야 한다. 지금 기고만장하는 것으로 보이는 여당의 언행에도 자제가 필요하다. 패배를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듯 역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 자세의 소환을 요청한다.

세계사에 한국의 대통령들처럼 임기 후가 공포스러운 나라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불안이 윤석열 대통령의 불안으로 전이되는 것도 이제는 끊어야 한다. 문둥병 환자가 자신의 피부가 썩어들어가도 통증을 못 느끼는 것처럼 국민의 정신이 병들고 낙후의 대명사가 되어 가고 있음을 모르고 못 느낀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충청효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