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 / 반도체 어닝쇼크, 초격차 연구개발로 돌파를
한마디 / 반도체 어닝쇼크, 초격차 연구개발로 돌파를
  • 시정일보
  • 승인 2023.01.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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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시정일보]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에 한국경제의 대들보인 반도체마저 깊은 시름에 빠졌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주력 품목 반도체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에 속수무책으로 추락하며 무역수지에도 비상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수출 감소가 우리에게 던진 경고 메시지 가운데 유독 더 걱정스러운 대목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 위축이 도드라져서다.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에 전 세계가 빗장을 걸어 잠근 2020년에도 반도체 수출이 이렇게까지 크게 위축하지는 않았다. 정부 안팎에서는 올해 2023년을 가르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역사에서 최악의 혹한기로 기억되고 있는 2019년 12월 최대 낙폭 -17.8%보다 더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도체가 살아나지 못하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 기조가 올해도 계속 이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한국경제는 ‘반도체 겨울’의 한가운데 서 있다. 게다가 ‘반도체 혹한’ 국면이 장기화하며 급기야는 ‘반도체 빙하기’에 접어들었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빙하기를 견뎌내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국가 지원이 절실하다. 세계 각국은 반도체 등을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국가역량을 총동원해 지원하고 있다. 미국·대만 등 우리와 경쟁국들은 전방위적으로 반도체 산업 지원에 나섰다. 미국은 반도체 시설 투자에 25%의 세액공제와 자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을 담은 법안을 지난해 7월 통과시켰다. 대만도 반도체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15%에서 25%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고, 우리 뒤를 바짝 쫓아오는 중국도 반도체 기업의 공정 수준에 따라 법인세를 50∼100% 깎아주고, 2025년까지 1조 위안을 지원한다고 한다.

기업들이 너도나도 긴축 경영에 들어가는 시기에는 투자가 위축되기 쉽다. 그러나 불황기라고 해서 이를 소홀히 했다간 어느 기업이라도 한순간 도태될 수 있는 게 바로 첨단 정보기술(IT) 분야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 하반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키움증권은 3일 LG디스플레이에 대해 올해 하반기 부터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 했고, 차세대 아이폰 내 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 확대, LCD TV 사업부 축소, 계절적 성수기 효과 등에 힘입어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또한 우리 반도체 기업의 도태를 막으려면 세제 등에서 불리한 여건에 처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 전략적 투자를 통해 기술 역량을 축적해놔야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시점에 경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음은 너무도 당연하다.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반도체 기업들의 연구개발(R&D)이 위기 국면에서 더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무엇보다도 경쟁사들의 추격이 거세지는 메모리를 비롯해, TSMC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의 신규 투자와 신제품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도 세제지원을 위한 ‘K-칩스법(반도체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위태로운 위기를 위대한 기회의 위기로 만드는 반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