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북한의 영공 침범, 정쟁이 아니라 철저한 대응태세를 마련해야
사설 / 북한의 영공 침범, 정쟁이 아니라 철저한 대응태세를 마련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23.01.1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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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서울 상공에 구랍 26일 침투한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경호를 위한 비행금지구역(P-73)까지 침범했는데도 우리 군은 이를 제때 파악조차 못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국가안보의 상징적 공간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상공이 뚫린 것도 중대한 문제지만 뚫린 사실조차 뒤늦게 알았다는 데 대해 우리는 더욱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북 무인기의 P-73 침투 가능성은 영공 침범 당일부터 제기됐다. 하지만 군은 이를 부인하며 문제 제기 자체에 대해 북 무인기의 서울 비행금지구역 침범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근거 없는 이야기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전비태세검열실에서 무인기 항적을 정밀 분석해보니 P-73이 침범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 나와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심각한 군사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를 즉각 알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확인하는 데만 무려 1주일여가 걸렸다고 한다.

이번 북한 무인기 침투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 능력은 한마디로 수준 이하가 아닌가 싶다. 전투기를 비롯해 경공격기, 공격 헬기까지 출동해 기관포 100여 발을 쏘며 대응했지만 무인기를 격추시키지 못한 채 북한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이러한 상황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지 한심하기 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총체적 무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허술한 대비태세는 차치하고라도 어찌 된 일인지조차도 파악하지 못해 적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우리 군을 보면서 국민이 과연 군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차제에 무엇보다 방공망을 시급히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이는 결국 경계에도 실패하고 작전에도 실패한 것이 아닌가 싶다. 군은 지난 2014년 경기 파주, 강원 삼척, 백령도에서 드론 잔해가 발견된 이래 2015년 8월과 2016년 1월, 2017년 6월 등 북한 무인기 침투가 있을 때마다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고 했지만, 작금의 군의 대비 태세가 이렇게까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대체 군은 지난 2017년 북 무인기 침범 이후 어떠한 대책을 세웠다는 건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평화를 지키는 것은 군사력이 아니라 대화’라며 훈련을 없애 대비 태세를 약화시킨 문재인 정부의 책임 역시 자유롭다고 할 순 없겠지만, 이제 와서 잘잘못을 따질 만큼 목전의 안보 상황이 그리 한가하지 않다. 차제에 정부와 여야는 북한의 영공침범에 대해 정쟁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군 작전 시스템의 오류와 결함을 바로잡아 군을 쇄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등 북한 도발에 대한 철저한 대응태세를 마련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