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서울법인택시, 부도직전 비명소리 들리나요?
기고 / 서울법인택시, 부도직전 비명소리 들리나요?
  • 하이택시대표 한창인
  • 승인 2023.01.2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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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택시대표 한창인
하이택시대표 한창인
하이택시대표 한창인

[시정일보] 정말 버틸 힘이 없다. 지금 상태가 지속된다면 당장 망한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말 그대로 부도 직전이란 비명이 곳곳에서 쏟아진다. 공과금도 못내는 것이 기본이고 2~3개월 급여 밀린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긴급히 자금을 융통해 하루하루를 연명해 보지만, 이마저 구하지 못하는 몇몇 대표는 기사들을 피해 도망 다닌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것이 3년째 이어진 코로나가 만들어 낸 오늘날 택시업계의 현실이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다. 수많은 업종에서 종사하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았다. 일부 지방업체가 지원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서울시 법인택시업계는 그 어떠한 지원에서도 제외됐다. 그러는 사이 254개 서울택시업체는 빈사지경에 이르렀다. 서울택시업계가 이처럼 홀대받아야만 되는가?

시계를 돌려보자.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월드컵처럼 국가적인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정부는 운송서비스를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개인택시 면허를 무한정 늘렸다. 그 결과 오늘날 서울의 택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공급과잉상태다. 예를 들어 인구 1,200여만 명 수준인 일본 동경의 택시는 5만 대인데 비해 인구 900만 명 수준인 서울은 7만 4,000대다. 인구가 훨씬 많은 동경보다 서울의 택시가 2만여 대 많은 상황이다. 그만큼 택시운송 생태계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코로나가 발발했으니 그 어려움이 가중되었음은 명약관화다.

게다가 법인택시와 개인택시의 비율도 매우 기형적이다. 다른 나라는 법인택시와 개인택시의 비율이 5분의 1 정도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지금 서울에서는 개인택시가 법인택시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택시업계 자체의 경쟁에서도 서울법인택시는 매우 불리한 상황을 직면했다. 이처럼 형평을 고려하지 않은 서울시의 일방적인 개인택시 늘리기는 실패한 정책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지금껏 법인택시업계는 국가의 시책에 순응하며, 국가를 대신해 사회안전망 기능까지 수행했다. 기술도 없이 당장 먹고 살길이 막막했던 사람들이 몸만 오더라도 열심히 일하고 먹고살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나라 발전의 한 축이라는 자부심으로 지난 60여 년의 긴 세월을 숱한 사연이 있었음에도 묵묵히 택시업에 종사했다.

그간 너무 순응만 했던 탓일까? 정부는 택시업계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어려움만 가중하는 정책만 펴고 있다. 택시요금을 물가안정이라는 명분으로 통제하고 사적자치가 보장되어야 할 부분에도 노사관계에 깊숙이 관여하여 업계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노사가 상호 원만하게 합의한 사안에 대해서조차 정부의 개입은 이어지고 있다.

전액관리제도 마찬가지다. 사납금을 폐지하여 서비스 향상과 택시기사의 처우개선을 명분으로 전액관리제를 도입했지만, 지금은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전액관리제는 회사와 운전기사 모두를 힘들게 만드는 괴물이 되어 폐지 압박을 받는 중이다. 그런데도 관할 부서인 국토교통부는 요지부동이다.

얼마전 심야택시 대란을 해소책으로 개인택시 부제를 해소했다. 그런데 개인택시 기사들이 고령인 관계로 심야운행보다는 주간운행을 선호해 부제해제 이전보다 3배나 많은 개인택시가 주간에 활동하고 있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서울법인택시에는 엄청난 악재가 아닐 수 없다.

택시요금을 현실화해달라는 요청이 일부 받아들여져도 서울시는 인상의 효과가 택시기사에게 돌아가도록 강압해 택시회사는 오히려 세금폭탄을 맞는 형국을 초래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정부 통제가 있다. 이로 인한 어려움은 온전히 택시회사의 몫이다.

그간 정부와 서울시는 지하철과 버스에는 교통복지 차원에서 조(兆) 단위로 엄청나게 지원했다. 서민쿄통이라는 명분이다. 그런데 택시는 언제나 그 지원에서는 제외되었다. 고급운송수단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옥죌 때는 정반대의 논리가 작용한다. 서민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 통제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렇듯 지원은 제외되고 통제만이 있으니 견뎌 낼 택시법인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런 현실을 소관부서인 국토교통부는 물론 서울시도 외면하고 있다. 언론조차 어려움에 관해서는 관심 밖이다. 업계의 목소리를 누구보다는 높게 내야 할 전국택시연합회와 서울택시조합의 활동이 미미한 수준이었기에 지금의 상황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제라도 정부와 서울시는 현장을 직시하고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올바른 정책과 지원책을 강구해 줄 것을 촉구한다. 탁상행정이 아닌, 삶 속 깊숙이 들여다본 후 모두가 공존하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오늘도 서울의 법인택시는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있다. 2023년 서울 택시의 현실이다.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