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욕망의 길 조금이라도 발을 내디디면 진흙탕 뿐
시청앞/ 욕망의 길 조금이라도 발을 내디디면 진흙탕 뿐
  • 시정일보
  • 승인 2023.02.02 13:35
  • 댓글 0

[시정일보] 人欲路上(인욕노상)은 甚窄(심착)하여 (재기적)하면 眼前俱是荊棘泥塗(안전구시형극니도)니라.

이 말은 菜根譚(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써 ‘욕망의 길은 한없이 좁아 거기에 조금이라도 발을 들여 놓으면 눈앞엔 모두 가시덤불과 진흙탕뿐이라’는 의미이다.

꽃이 날아 왕골이나 부들로 만든 자리위에 떨어지기도 하고 뒷간에 떨어지기도 한다는 말이다. 이런 것들이 모두 천지자연의 이치로 처음부터 원인과 결과의 약속이 있는 것이 아님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원인과 결과의 약속이 없는 그러한 천리의 길에는 조금만 들어서도 가슴속이 확 트이고 밝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이 만들어 내는 욕망의 길은 어떤가. 그곳에는 처음부터 원인과 결과의 약속이 있다.

작금에 들어 대마초를 상습적으로 피우고 지인들과 사고판 재벌가 2·3세 등 20명이 검찰에 적발됐다는데 대해 우리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부유층과 전직 고위공직자의 아들, 미국 국적 가수, 연예기획사 대표 등이 포함돼 있으며 지난해 9월 재벌 3세인 대마 알선책 1명에 대한 경찰의 구속송치로 끝날 뻔한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로 실체를 파악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 대마 흡연은 일부 몰지각한 연예인과 유학생 사회의 문제로 그간 여겨져 왔으나 요즘엔 전문직 종사자를 비롯 직장인, 주부, 청소년까지 손을 댈 정도로 심각한 실정이다. 지난해 경찰이 압수한 대마초는 67.7㎏으로 전년보다 37.2%나 늘었다. 대마 씨앗 압수량만도 2021년의 7.64배인 335.3㎏에 달한다. 우리 사회에서 대마 수요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적발된 이들 중 임신한 아내와 태교 여행을 하던 중 대마를 흡연한 이가 있는 데서 보듯 중독성과 의존성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호기심에 접한 대마가 필로폰, 코카인, 헤로인 등 더욱 강한 마약으로 가는 건 시간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마약은 개인의 몸과 마음뿐만 아니라 가족과 사회까지 모두 병들게 하는 극약이다. 그만큼 마약은 한번 중독되면 빠져나오기 힘들며 급기야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경찰청은 마약 범죄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어 효율적인 대처를 위한 전문수사팀을 전국적으로 확대 운영해 전문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간 마약 청정국이라고 자부하던 우리나라도 이미 마약 청정국에서 멀어진 지가 오래된 듯하다. 차제에 정부는 새로운 합동 수사 체계를 구축해 마약을 이 땅에서 완전히 추방하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부단히 노력해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