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논쟁
시정칼럼 /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논쟁
  • 임 춘 식 논설위원
  • 승인 2023.02.0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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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요새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현재 만 65세 이상인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인 만 70세 상향 논란이 일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하철 만성 적자의 주요 원인이 무임승차이며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줘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무임승차 연령 상향 논의가 불붙고 있는 가운데 홍준표 대구시장마저 무임승차 나이를 70세로 상향하자며 덩달아 대포를 쏘았다.

만 65세 이상에게 요금을 100% 면제해주는 지하철 무임승차는 1984년 도입됐다. 하지만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2017년 무임승차 연령 상향이 처음 검토되었지만, 노인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다. 어쨌든 정치권은 노인 표를 의식해서 나이 조정 문제에 소극적이었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령에는 만 65세 이상에게 도시철도 운임을 100% 할인해주도록 규정돼 있다. 대구시가 자체적으로 무임승차 이용 나이를 조정할 수 있는지는 법제처의 해석을 받아야 한다.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국가유공자나 독립유공자, 5.18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거 만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5.18민주유공자는 지하철을 무임으로 이용하고 있다.현재 무임승차 기준인 ‘65세 이상’은 법률로 정해져 있지만, 운영에 따른 적자는 지자체가 떠안는 구조다.

매년 적자에 허덕이는 지자체에서는 기획재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면서 재정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서로 기 싸움하지 말고, 머리를 맞대서 좋은 해결책을 찾아보길 바란다. 무임승차 손실 지원, 요금 시스템 개선 없이는 머지않아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되고 ‘백세시대’가 될 터인데 미래 세대에 버거운 부담을 지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지하철 무임승차 적용은 대중교통 문제에 국한해서 볼 문제가 아니다.

지하철 무임승차 나이를 올려버리면 짧게 보면 고궁·박물관 요금 논란이 있을 수 있고, 멀리 보면 연금수령과 정년퇴직 연령까지 여파가 생길 것이기 때문에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가 정치권의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인에게 공짜로 지하철표를 나눠주는 것은 과잉복지라는 주장도 있다.

서울시의 경우 노인 무임승차 1억 명대 후반 정도로서, 비율로 따지면 12~13% 지하철 타는 사람 10명 중 1~2명이 노인 무임승차다. 무임승차에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2,000~3,000억 원이 이 된다. 서울시의 2023년 1월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17.7%(전국 18.1%) 정도인데, 달리 서울 인구의 5분의 1 가까이가 무임승차 대상이 된다.

노인 무임승차가 적자 재정을 가중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어 기본요금 인상까지 주장하면서 세대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온라인에서 쏟아지고 있는 온갖 노인 비하 표현이 말해주듯 세대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일 수 있다노인 무임승차 문제를 일각에서는 무임승차 나이를 조정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년층 무임승차 비용을 결과적으로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부담으로 메워야 하는 까닭에 세대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달리 말하면, 노인 무임승차 문제는 철저히 '비용' 논리로 소비되고 있다 서울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는 총이용객의 12% 정도를 차지하고, 영업손실의 20~3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쩜 노인 지하철 공짜 때문에 적자라는 말은 과한 표현일 수 있다.노인 무임승차가 사회에 끼치는 다른 층위의 경제적 영향도 있다.

노인들의 외부 활동을 직접적으로 촉진해 얻는 사회적 이익이다. 65세 이상 노인의 활동을 증가시켜, 자살 감소, 우울증 감소, 교통사고 감소, 의료비 절감, 기초생활 급여 예산 감소, 지역경제 및 관광 활성화 등의 편익도 발생시킨다.하지만 무임승차 제도를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고령화로 인해 빈곤·소외 등 노인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보편적 복지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2020년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OECD 평균(14.3%)의 약 3배에 달한다. 이동권은 가장 가난한 세대인 노인도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기본권이기 때문에 사회적 자원 배분과 투자가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나이, 소득계층, 그리고 이용 시간 등을 기준으로 꼽는다. 일본은 70세 이상 노인 중 신청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요금 할인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미국도 주 정부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에게 50~100% 할인율을 차등 적용한다.

영국은 60세 이상에게 출퇴근 시간 외에 무료 할인을, 프랑스는 65세 이상 소득 하위 계층에게 출퇴근 시간 외 50% 할인을 제공한다.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지 않을 것이라면, 무임승차 제도는 그대로 유지하고, 전체 지하철 이용 인원 중 무임승차자의 비율만큼 지하철 요금을 점진적으로 인상하거나 무임승차 제도의 혜택을 받는 나이를 올려야 하는 데에 의견이 없다.노인 무임승차는 야외활동을 증가시켜 노인의 신체활동을 촉진하므로 이에 따라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을 막는 효과가 도시철도가 부담하는 적자를 능가한다고 본다.

실제로 65세 이상인 노인들이 지하철에 더 탄다고 해서 운영 비용이 추가로 많이 늘어나지는 않는다.결국 노인 무임의 연령을 높이는 방안이나, 특정 시간대 탑승 때 요금을 받자는 방안, 아예 폐지하자는 방안 전부 노인복지법, 기타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사안은 결국 입법자인 국회의원과 정부의 의지에 달린 문제이다. 노인 때문에 지하철 적자 말 안돼…무임승차 70세 상향은 노인학대라고까지 말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궈낸 노인들에게 응당 베풀어야 하는 보답이다며칠 전 서울시가 65세 이상 노인에게 물으니 “73세 넘어야 노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단다. 그럼 나이가 들어도 대중교통 이용료를 꼭 내겠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노인들이 돈을 안 내고 지하철을 이용하면 미래 세대에게 부담이 된다면, 나이가 적든 많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각자의 몫을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즉 노인 무임승차에 따른 지하철 적자 해소의 한 가지 방안으로 이러한 노인들에게는 스스로 유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한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