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산책 #13 이상국가란 무엇인가?
인문학 산책 #13 이상국가란 무엇인가?
  • 현외성 경남평생교육연구원장
  • 승인 2023.03.02 09:24
  • 댓글 0

현외성 | 경남평생교육연구원장, 사회복지학 박사
현외성 연구원장
현외성 연구원장

[시정일보] 개인의 삶과 국가의 삶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개인의 삶은 사회와 국가와 관계없이 가능하며, 또 행복할 수 있는가? 결코 그렇지 못할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삶은 사회와 국가에 직접 간접으로 연결되어 있음이 사회과학에서 이미 오래전에 밝혀졌다.

역설적으로 사회 문제라는 용어 속에서 국가정책이나 사회정책이 그 대응방안으로 출현하였고, 따라서 이들 언어의 개념에는 개인을 둘러싼 집단으로서 사회나 국가의 영향력이 필수적이며, 사회나 국가의 개입이 요청됨이 정리되어 있다.

‘사회 문제’라고 할 때 ‘개인 문제’와 비교해서, 사회 문제란 18세기 후반 산업사회의 출발과 함께 사회적 배경과 환경, 혹은 구조적인 특성이 사회 문제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고 발생하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그러므로 사회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집단적 사회적 국가적 대응책인 정책, 특히 각종 사회정책, 국가정책이 관여하지 않을 수 없고, 국가 책임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사회과학적으로 명징하게 정리되었다.

사람들을 인간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빈곤, 질병. 실업, 재해, 노령을 기반으로 각종의 ‘사회적 위험'(social risks) 및 '신사회적 위험'(new social risks)으로부터 시작하여, 이들 사회적 위험으로 인한 부차적인 인간관계나 심리와 정신을 포함한 내면세계, 영성에 이르기까지, 더 나아가 이른바 국가나 사회가 삶의 총체적인 환경여건인 '위험사회'(risk society)된 것까지, 사회나 국가는 시민 개인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찍이 그리스 시대 철학자 플라톤은 2,400년 전에, 개인과 국가의 관계, 개인의 이상적인 삶, 행복한 삶과 국가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어떻게 하면 개인도 행복하고 국가도 개인을 행복하게 하는 국가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집필한 책이 바로 『국가』이다.

플라톤의 '국가'라는 책의 제목은 그리스말로 politeia인데, 이는 정체(政體), 즉 국가의 구성 원리를 의미한다. 플라톤은 많은 저작을 남겼는데, 『국가』는 BC385에서 375년 사이에 저술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는 플라톤의 중기 작품으로 분류되고, 초기작품인 『소크라테스의 변론』과 후기작품인 『법률』로 대표되는 것들 중의 하나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아테네가 패하고(BC 431년), 아테네에서는 스파르타의 지원하에 세워진 '30인 참주'의 폭정이 극에 달하자, 이들을 축출하고 정권을 잡은 민주정이 회복되었다.

그러나 민주정 역시 잘못된 정치지도자들과 어리석은 시민들로 인하여 점차 아테네의 번영이 쇠퇴해가고 사회가 불안한 상태로 전락하여갔다. 이 상황에서 소크라테스는 BC 399년에 민주정의 지지자들에 의해 독배를 마시며 사형당하였다.

당시 28세의 플라톤은 큰 충격을 받고 정계 진출에서 철학으로 방향을 바꾸고, 철학을 통해 아테네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로 방향을 전환하였다고 보여진다.

플라톤은 그의 『서한(Epistles)』에서 혼란했던 당시의 상황에 대한 그의 감정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젊었을 때의 나의 경험은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성인이 되면 즉시 공공생활(公共生活)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치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여 이 계획에서 나를 이탈시켰다. 그때 민주정치는 혐오를 받고 있었으며 혁명이 일어났다. 나는 어떤 도시나 예외 없이 모두 부당한 통치를 받으며 그들의 입법상태는 모두 다 한심스럽기 때문에 어떠한 행운이 결합된 철저한 재건이 없이는 어떠한 정부도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므로 나는 참된 철학을 칭송했고, 단지 그것을 통해서만 국가와 개인 양자를 위한 실제적인 정의가 발견될 수 있고 실시될 수 있다고 외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말했다. 인류는 참된 철학자가 정치적 통제력을 장악하든가, 어떤 기적을 통해서 정치가들이 참된 철학자가 되지 않는 한 재앙에서 떠나지 못할 것이다.”(Platon, Epistles VII 참조, 조남진, 교육연구6, 1998. 재인용).

개인에게 최선의 삶, 탁월한 삶, 미덕의 삶, 행복한 삶은 무엇이며 국가와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 어떤 삶이 정의로운 삶인가? 개인과 국가에게 정의란 무엇인가?

플라톤은 『국가』에서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추구하고 있다. 플라톤이 생각하기에 사람들이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잘 조직된 공동체 속에서 살아야 가능하다고 보았다.

개인의 삶은 국가와 분리할 수 없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선의 인간의 삶은 미덕, 아레테의 삶을 사는 것인데, 이는 시민 각자에게 주어진 특성을 발휘하는 삶으로서, 생산자는 배의 소욕인 욕구를 절제하는 삶, 관리자(수호자)는 가슴의 소욕인 기개를 잘 살린 용기의 삶 그리고 통치자는 머리의 특성인 이성을 잘 활용하는 지혜의 삶을 살 때,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동시에 개인은 국가와 관련하여 생산적 기능, 행정 및 군대의 관리자 기능, 그리고 통치자로서의 기능을 각자의 특성에 맞추어 탁월하게 수행할 때, 개인과 국가는 조화, 균형을 이루고 건강하고 좋은 삶을 사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리하여 개인과 국가는 바로 정의로운 삶을 살게 되는 이상국가를 이루게 된다. 결국 정의란 하나의 미덕이 아니라 여러 미덕의 종합, 즉 국가뿐만 아니라 개인에게 있어서도 지혜, 용기, 절제의 3가지 미덕이 제각기 본분을 지키고 이성의 지휘 아래에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국가'의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는 이상적인 교육 시스템을 통하여, 시민들로 하여금 자신의 자질과 특성에 맞는 아레테(미덕, 탁월성)를 발휘하도록 제도화시키는 일이다.

플라톤은 인간이 3가지 요소를 가진 것처럼, 국가 역시 3계급이 유기체적으로 구성된 공동체라는 형이상학적 관점을 가지고, 이들 3계급이 분업적으로 공평하며 능률적으로 기능하는 공동체를 구상하였다.

철학자인 통치자는 현상의 이면에 있는 실재인 이데아를 인식할 수 있고, 지혜를 사랑하여 영원불변한 세계를 포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철학자인 통치자는 권력을 장악하더라도 명예와 정의를 중시하며, 시민들에게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으며, 그들의 행복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책임, 존엄의 가치를 중시하고 실현하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삼는다.

철학적인 성찰을 하는 정치지도자, 지혜를 갖춘 국가 지도자, 시민 전체의 안위와 행복을 증진시키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도자, 명예와 진리를 추구하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하는 지도자를 그리워하는 일은 플라톤 시대부터 있어 온 시민들의 염원이다.

동시에 시민 각자는 자신에 맞는 일을 수행하는 것을 최선의 삶이라고 여기고 서로 인정해주고 존중하는 시민들로 이루어진 국가 역시 오랫동안 희구해온 이상사회의 한 모습이다. 플라톤의 『국가』를 읽으면서 오늘의 한국 사회, 오늘의 한국 시민, 오늘의 지역사회 공동체 등을 새롭게 비추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