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강제동원 배상, 우리 정부의 결단에 일본정부의 호응이 필요하다
사설 / 강제동원 배상, 우리 정부의 결단에 일본정부의 호응이 필요하다
  • 시정일보
  • 승인 2023.03.0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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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정부가 6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징용) 피해자 배상문제 최종안을 공식 발표했다.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대법원 승소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일본 전범 기업들을 대신해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이다.

재원은 포스코 등 16개가량 국내 청구권자금 수혜 기업의 자발적 기부로 마련된다. 일본정부는 한국정부의 발표에 맞춰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는 뜻을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 외무상은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일 공동선언에는 일본의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가 담겨 있다. 이로써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경색된 양국 관계 개선의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우리 정부는 배상 책임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일본정부와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 같은 해법을 찾았다. 글로벌 정세와 동북아 경제, 안보 지형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일 양국의 관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 위협은 날로 커진다. 미·중갈등은 힘을 모아 이겨야 할 일이 많다.

정부의 해법 발표는 한·일간 기류 변화에 새로운 방향으로 기대된다. 이로 인한 양국은 수출규제 협의를 진행하는 동안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하순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도 있다. 또 일본이 오는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을 초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정상들의 만남을 통해 강제징용 해법의 추가 조치가 나오길 기대하는 바다.

우리 정부의 해법에 대해 야당은 “제2의 경술국치”, “외교사 최대의 치욕”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피해자 측도 “반쪽 해법”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강제징용 배상 확정판결 피해자의 지원단체와 대리인단은 “피해자의 아픔은 여전한 데 한국정부가 일본 강제동원 가해 기업의 사법적 책임을 면책시켜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생존 피해자 3명은 모두 정부 해법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제삼자 변제를 거부하고 이의 법적 효력을 다투면 문제가 한층 복잡해져 정부안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이번 조치가 2015년 위안부 합의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2015년 박근혜정부는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사업에 10억엔을 내는 조건으로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하는 데 합의했다. 당시 정부가 피해자와 사전 협의를 생략하고 결과를 도출해 비판받았고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이를 무효로 했다.

우리 정부의 이번 결단은 일본정부도 발을 맞춰줘야 한다. 일본의 진정성 있는 태도 속에 한국정부의 결단이 나아가는 진정한 시작이 된다. 새로운 결단은 주도자들의 문제 해결의 해법의 지혜가 선행되고 당사자들의 이해가 전해질 때 문제의 답이 있다.

11년 가까이 이어진 문제를 한국이 먼저 해법을 내놓았다. 이제는 일본이 호응해야 한다는 문제 인식이 담겼다. 문제는 해결인 것 같지만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