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절차상 하자는 있지만 법안은 유효’, 헌재 결정 무책임의 극치
사설 / ‘절차상 하자는 있지만 법안은 유효’, 헌재 결정 무책임의 극치
  • 시정일보
  • 승인 2023.03.3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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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헌법재판소가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한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에 대해 절차상 하자는 있지만 법안은 유효하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국회의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 일명 '검수완박' 입법이 정당했는지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에서 법사위원장의 가결 선포 행위가 국회의원들의 심의 표결권을 침해했다고 헌재 재판관 5대 4로 인정했다. 반면 국회의장의 가결 선포 행위와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의 가결 선포 행위에 대한 무효 확인 청구는 각각 4대 5로 모두 기각했다.

헌재가 최종 결론을 내렸지만 인용과 기각 각각 1표 차이로 재판관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 과연 논란이 일단락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헌재가 입법 과정에서 중대 결함을 인정하면서도 법의 효력은 인정한 결정도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관련 법이 시행 중이어서 법적 안정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나 다수당이 위법을 불사하며 밀어붙이는 입법 독주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으며 이런 어정쩡한 결정은 헌법 수호 기관인 헌법재판소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11조에 헌법재판소는 법률 위헌 여부뿐만 아니라 탄핵의 심판과 정당 해산심판,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도 판단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렇듯 헌법재판소는 우리 사회에 있어서 갈등을 해결하는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개별 사건을 중심으로 최종적인 법적 판단을 하는 대법원과는 달리 결정문 하나하나가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그 영향력과 파급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헌재는 우리 사회 전반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면서도 어떠한 특정 이념이나 성향에 치우쳐서는 안 되며 국민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검수완박법 입법 과정에서 온갖 편법과 무리수를 동원 국회법과 정당 민주주의의 기본을 유린한 법에 대해 다수 의석을 쥔 입법권력의 전횡을 막지못한 헌재가 과연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결정에서 재판관 성향에 따라 판단이 엇갈린 점은 법치주의와 의회주의가 특정 이념과 정파성에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키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이번 결정으로 보며 헌법재판관과 대법관 인선이 더 이상 정치 편향 논란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며 사법 정치화의 악순환을 끊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