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산책 #21 긍정심리학의 확장과 웰빙향상, ‘플로리시한 삶’
인문학 산책 #21 긍정심리학의 확장과 웰빙향상, ‘플로리시한 삶’
  • 현외성(경남평생교육연구원장)
  • 승인 2023.04.2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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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외성(경남평생교육연구원장, 사회복지학 박사)
현외성 연구원장
현외성 연구원장

[시정일보] 모든 생명은 성장하고 꽃피우고 열매 맺기를 소망하고 있다. 수백 년 수천 년 지난 후 발견된 씨앗을 땅에 심었을 때, 싹이 트고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 것을 보는 일은 생명의 신비 그 자체이다.

식물도 그러할진대 사람은 더욱 말할 것도 없으리라. 모든 사람은 나름대로 소질을 가지고 태어나고 그 소질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인생을 사는 것이 행복이고 희망이고 이상이다.

개인은 물론 가족이나 사회 국가도 그것을 바라고 지원하고 있다. 마틴 셀리그만과 그 동료 연구자들에 의해 창시된 ‘긍정심리학’은 기존의 전통 심리학이 우울증이나 정신질환과 같은 질병이나 심리적 문제 등과 같은 문제해결에 치중하고 있는 한편 인간의 행복이나 만족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한다는 반성에서 출발하였다.

그래서 긍정심리학은 행복을 찾기 위한 길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마틴 셀리그만의 책 『긍정심리학』(원래의 제목은 Authentic Happiness: Using the New Positive Psychology to Realize Your Potential for Lasting Fulfillment: 2004)에서는 원래의 제목이 말하는 바와 같이, “진정한 행복: 지속적인 충만을 위한 당신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긍정심리학을 활용하기”를 설명하고 있다.

인간의 행복은 잠시 즐거운 쾌락과는 전연 무관하지는 않으나, 쾌락과는 달리 지속적인 만족 혹은 충만에 가깝다. 이러한 만족을 통한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긍정적 정서, 긍정적인 특성(강점과 미덕), 그리고 긍정적인 제도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즉 사람들이 사는 외적 환경이나 요소가 만족과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개인의 내면적인 요소를 긍정적으로 강화함으로써 만족과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긍정심리학이 추구하는 목표이다.

긍정심리학이 탄생된 지 10년 정도 흐른 이후 마틴 셀리그만은 긍정심리학의 새로운 내용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이 『플로리시』(원래의 제목은 FLOURISH: A Visionary New Understanding of Happiness and Well-being: 2011)이다.

이 책은 제목으로서, 꽃이 활짝 핀 모습, 만개한 모습, 개인의 일이 번성하고 활성화된 모습, 기업이나 국가가 활력 있고 발전하는 역동적인 모습을 의미하는 ‘FLOURISH’라는 단어를 가져왔다.

그 부제는 ‘행복과 웰빙의 비전적 새로운 이해’라고 붙이고 있듯이, 종래의 『긍정심리학』의 연구를 확장하고 보다 세련되고 정교하게 ‘행복과 웰빙’에 대하여 연구하고 임상적으로 적용하여 획득한 결과를 정리한 내용이 바로 『플로리시』이다.

결국 『플로리시』는 긍정심리학의 발전적 연구 동향과 임상 결과를 정리한 책인데, 여기서는 『긍정심리학』에서 논하였던 행복의 주제를 웰빙과 연결시켜 가능한 한 계량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물론 긍정심리학에서 긍정적 정서, 강점과 미덕과 관련된 긍정적 특성, 그리고 긍정적 제도 등을 중시하지만, 『플로리시』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행복보다는 웰빙 증진을 위해, 웰빙 요소라고 하는 5가지 요소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마틴 셀리그만이 『플로리시』에서 플로리시하기 위해 필요한, 웰빙 요소라고 부르는 5가지 요소는 머리글자 PERMA를 따라서 ① 긍정적 정서(P: Positive Emotion), ② 몰입(E: Engagement), ③ 긍정적인 관계(R: Relationship), ④ 삶의 의미(M: Meaning), ⑤ 성취(A: Accomplishment)를 말한다.

그는 이 5가지와 관련된 내용이 인간의 지속적인 행복을 증진시켜 주는 웰빙 요소라고 설명하면서, 5가지 각각의 요소에 연관된 ‘웰빙 지수’를 측정 가능한 척도를 개발하였다.

웰빙 지수는 종래의 긍정심리학책에서 말하던 ‘삶의 만족’ 보다 더욱 포괄적이고 행복 증진에 상대적으로 더 기여하는 객관적인 지표와 주관적인 지표를 겸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마틴 셀리그만은 긍정심리학책을 출판한 후에 행복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임상 적용을 통해 한층 정교하고 세련된, 그리고 행복에 더 접근한 개념으로 ‘플로리시’라는 개념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마틴 셀리그만은 『플로리시』에서, 『긍정심리학』의 주제는 행복이었고 그 측정기준이 삶의 만족도이었고 목표는 삶의 만족도 증가이었다고 설명한다.

반면에 『플로리시』에서 주제는 웰빙이며 측정기준은 PERMA, 즉 긍정적 정서, 몰입, 의미, 긍정적 관계이며, 그리고 목표는 PERMA의 증가(웰빙의 증가)에 의한 플로리시의 증가라고 설명하고 있다.

마틴 셀리그만은 웰빙은 구조물이고 행복은 실물이라고 한다. 예컨대 웰빙은 그 구조상 날씨나 자유와 같다. 한 가지 요소만으로는 그것을 철저하게 정의하지 못하지만 몇 가지 요소가 합쳐지면 그 구조물을 형성할 수 있다.

그 몇 가지가 웰빙의 요소들이며, 각각의 요소는 측정 가능한 산물이다. 이와 반대로 ‘진정한 행복’ 이론(먼저 출판된 그의 긍정심리학책을 말함.)에서는 삶의 만족도가 행복을 철저히 정의한다고 한다.

기온과 풍속이 체감온도를 정의하는 것과 같다. 중요한 점은 웰빙의 구성요소들이 각각 별개의 실물이라는 것이다. 기존의 ‘진정한 행복’ 이론에서와는 달리 이 요소들은 긍정적 정서라는 감정 및 생각들, 삶에 몰입하는 정도, 삶에 부여하는 의미 수준에 대한 단순한 자기 보고서가 아니다.

따라서 삶의 만족도라는 실물이 아닌 웰빙이라는 구조물이 바로 긍정심리학의 핵심 주제이다. 이 5가지 웰빙의 구성요소들이 제대로 구성요소로서 인정받으려면 요소마다 다음의 3가지 성질을 반드시 지녀야 한다.

첫째, 웰빙의 형성에 기여한다. 둘째, 많은 사람이 단순히 다른 요소들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좋아서 그 요소를 추구한다. 셋째, 다른 요소들과는 독립적으로 정의되고 측정된다.(배타성)

마틴 셀리그만의 저서에서 긍정적 정서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의는 찾기 어렵다. 다만 한글 사전에 “긍정적 정서는 흥분, 자신감, 즐거움 같은 높은 긍정적 감성과 느슨함, 평온함, 균형감 같은 낮은 긍정적 감성들로 구성된 기분 상태”라고 풀이되어 있다.

이러한 개념을 기본적으로 독자들은 생각하면서 저자의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마틴 셀리그만은 긍정적 정서를 과거, 현재, 미래의 정서로 구분하고 그것에 포함되는 몇 가지 내용을 밝히고 있다.

예컨대, 과거에 대한 긍정적 정서에는 만족, 안도감, 성취감, 자부심, 평정, 그리고 고통, 원한에 찬 분노 등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과거의 긍정적 정서를 높이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정서는 계속 향상시키면서 부정적 정서인 고통과 원한에 찬 분노를 없애기 위하여 용서와 망각이 필요하다고 하며, 그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현재에 대한 긍정적 정서는 기쁨, 황홀경, 평온함, 열의, 정열, 즐거움, 그리고 몰입 등이 있다고 한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 정서는 낙관주의, 희망, 신념, 신뢰가 포함된다고 한다.

이어 그는 과거, 현재와 미래의 정서를 높이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긍정적 정서에 이어 몰입, 긍정적 관계, 의미, 그리고 성취에 대하여 연구결과와 임상 결과를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웰빙을 높이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웰빙을 향상킴으로써 플로리시한 삶(번성하는 삶,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플로리시한 삶이 개인을 넘어서 인간집단과 조직에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설명인데, 이는 플로리시한 삶은 강한 군대를 만들고 발전하는 기업과 국가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리하여 5가지 웰빙 요소를 증진시키는 것을 학교에서 가르치도록 해야 하며, 지금까지 국가에서 공공정책의 성공 여부를 오로지 부, 즉 국내총생산(GDP)만을 측정한 데서부터 웰빙과 플로리시를 측정함이 요청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의 존립 목적은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데 있으므로 부를 양산하는 것 못지않게 부를 통한 플로리시, 행복을 증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