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항상 유비무환의 중요성을 실감해야
시청앞 / 항상 유비무환의 중요성을 실감해야
  • 정칠석
  • 승인 2023.07.20 12:26
  • 댓글 0

[시정일보] 君子只是逆來順受(군자지시역래순수)하며 居安思危(거안사위)하나니 天亦無所用其伎倆矣(천역무소용기기량의)니라. 이 말은 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써 ‘군자는 천운이 역으로 와도 순리를 받아들이고 평온함 속에서 위태로움을 생각하기 때문에 하늘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는 의미이다.

하늘은 때때로 운명이라는 것으로 영웅을 바보로 만드는가 하면 천하의 호걸을 하루아침에 샌님으로 바꿔 놓기도 한다. 그래서 매난드로스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 그 모두가 운이 발행하는 수표의 권리 양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오로지 운명론자들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운명론자들의 기우에 대해 순리로 세상을 사는 군자는 하늘의 운이 거꾸로 다가오더라도 그것을 순리로 받아들이고 또 평온함 속에서 위태로울 때를 생각하고 대비하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없다고 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항상 행복할 때 불행을 생각하라고 했다. 또한 그는 행복할 때는 타인들의 호의를 쉽게 살 수 있고 우정도 도처에 넘치며 이는 불행할 때를 위해 저장해 두는 것이 좋다고 했다. 아울러 그대를 위해 지금 친구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은혜를 배풀어라. 지금은 높이 평가되지 않는 것이 언젠가는 귀하게 여겨진다고도 했다. 미련한 사람은 행복할 때 친구를 모르면 불행할 때 친구가 그대를 알지 못한다고도 했다.

작금에 들어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산사태, 지하차도 침수 등이 이어지며 1년 전 힌남노 수해 당시 온 나라가 들끓으며 물난리에 대비한다고 했지만 결국 그 비극은 되풀이됐다. 물론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의 경우 제방이 범람하면서 삽시간에 많은 물이 쏟아져 어찌할 수 없었다는 상황을 십분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위험도로에 대한 사전 교통통제와 범람의 직접적 원인이 된 제방 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집중호우 시 실행기관과 관할 지자체에 수차례 우려지역에 대한 예찰 강화와 저지대 침수, 하천 범람 등 사전 통제와 주민 대피를 지시했다. 특히 금강홍수통제소는 사고 4시간30분 전에 미호강에 대한 홍수경보를 내렸지만 차량통제 등 최소한의 안전조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중대본과 지자체 간 정보 공유와 신속한 대응 협력 등 현장 소통 및 재난 대응의 메뉴얼과 기본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결국 이런 참사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차제에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과 경각심을 높여 더 예측 가능하고 체계적인 안전 대책 등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