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청 앞 / 재해대처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어
시 청 앞 / 재해대처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어
  • 정칠석
  • 승인 2023.07.27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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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江河之濱(강하지빈) 連年衝決(연년충결) 爲民巨患者(위민거환자) 作爲 防(작위제방) 以安厥居(이안궐거).

이 말은 牧民心書(목민심서) 工典六條(공전육조) 川澤(천택) 治水政策(치수정책)편에 나오는 말로써 ‘강이나 바다를 낀 유역에서는 해마다 물결에 부딪쳐서 무너지는 것이 백성들의 큰 근심거리이니 제방을 만들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숙종때 기밀진이 원성 현감으로 현의 처소 가까이에 물이 차 올라왔다. 원성현에는 예부터 제방에 있어서 물의 범람을 피해 왔는데 이 때에 이르러 물이 방축을 뚫고 민가로 밀려들어 하루 아침에 1백여 호가 떠내려 갔다. 김공은 즉시 현상금을 걸어 수영 잘하는 사람들을 모집하여 물어 떠내려가는 사람들을 건지게 하니 익사자가 적었다.

물이 빠져나간 후 제방의 개축을 논의 하게 되었는데 아전들과 백성들이 모두 노역을 꺼리면서 금년 같은 물난리는 항상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공은 “지금 일찌감치 대처해 놓으면 후에 반드시 근심할 일이 없을 것이다”라며 각 호의 장정과 승도들을 하루에 2000명씩 동원하여 돌을 끓어다 쌓았더니 7일만에 제방이 완성되었다. 이로인해 제방이 당초보다 더 높아지니 향후 물난리에 대한 걱정이 영구히 사라져 버렸다.

작금에 극한호우 등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을 새로운 기준이 보편화하는 현상 즉 ‘뉴노멀'로 받아들여 새로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을 강타했던 극한호우 현상은 전국 22개 기상관측소에서 일 강수량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국 평균 강수량도 같은 기간 대비 역대 1위(593.6㎜)를 기록했다. 정부는 기존 조직과 방재대책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전문가들까지 참여시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강구키로 했다. 대심도 빗물터널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11년 상습침수 지역인 광화문, 신월, 용산, 사당역, 강남역, 동작, 강동 등 7곳에 2021년까지 대심도 터널 설치계획을 세웠으나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보선 당선 이후 신월을 제외한 6곳이 백지화됐다. 근대 기상관측 115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서울에 내린 지난해 8월 강남이 물에 잠기고 사당역 주변에 큰 피해가 있었지만 신월 빗물터널은 강서·양천구 일대를 지켜냈다. 하수관 교체 등 기존 상습침수 미봉책에서 벗어난 서울시 수방대책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강남역·광화문·도림천·동작구 사당동·강동구·용산구 일대를 다시 후보지로 정했고 2027년까지 강남역·광화문·도림천 일대부터 완공할 방침이다. 재해대처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여야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 등 정쟁을 즉각 중단하고 기상이변의 뉴노멀화에 대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대심도 빗물터널 재추진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