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창#34 관리자의 자질과 덕목 ①
공무원의창#34 관리자의 자질과 덕목 ①
  • 양승열 전 서울 마포구 국장
  • 승인 2023.07.3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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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 평가의 법칙: 느슨한 놈, 깐깐한 놈, 이상한 놈 사이에서
양승열
양승열

[시정일보] 실제로 내가 겪었던 3가지 유형의 상사에 대한 이야기다.

A 유형. 이분은 실무 역량이 많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A는 과장이 되고 나서 직원들이 무척 좋아하는 그야말로 ‘인싸 부서장’이 되었다는 평가가 돌았다. 이와 비슷하게 업무를 잘 챙기지 않고 좋은 게 좋다고 늘 홍야홍야 하는 스타일의 부서장 역시 직원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끝내 임원까지 하였다. 그는 늘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었으며 낮술도 종종했다.

그리고 B.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맡겨진 일은 끝까지 파서 완수하는데, 승진에는 번번이 미끄러지고 따르는 직원 또한 별로 없었다. 언제나 이마에 ‘나 진지해’를 써 놓고 다니는, “일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유형이었다.

마지막으로 변신의 달인 C. 우리 구 최초로 참가했던 ‘제4회 자치경영혁신 전국대회’를 위해 나는 ‘시민주도형 마포희망시장’을 기획하고 있었다. 서류심사를 위해 휴일에도 나와 준비하고 있었는데, C는 내게 “뭐 이런 쓸모없는 것을 하냐?”며 핀잔을 주었다. 하지만 막상 서류심사를 통과해 본심에 올라가자 C의 태도는 돌변했다. 나를 젖히고 자신이 과장님을 앞세워 전문 심사와 여의도 전경련회관 3층 국제회의장에서 사례발표까지 거쳐 ‘지역경제 분야’ 우수상(2003.11)을 받았다

이들의 차이는 뭘까? 아래 직원들은 첫째, 깐깐하게 일만 챙기는 관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둘째, 업무보다는 유머러스하고 소소한 것들을 배려하는 관리자를 더 좋아한다. 셋째, 혹여 관리자의 구실과 역할로 인해 좋은 평가를 받았더라도 그 공은 아래 직원 몫으로 배려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관리자는 존경받아 마땅하다.

특히 내심 스라소니로 키우고자 강하게 트레이닝을 요구하는 관리자, 원하지도 않는 뷔페를 먹이려 드는 관리자를 직원들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모르겠다. 먼 훗날 그분 때문에 자기 몸과 마음의 맷집이 골고루 튼튼해졌다고 말할는지도. 나는 그랬으니까.

앞서 언급했던 A의 케이스를 보면, 일에 대해서 꼬장꼬장하지 않지만, 자신의 강점을 살려 사무실을 화사한 정원으로 가꾸어 좋은 평가를 받은 듯하다. 일보다는 가끔은 신소리도 좀 하면서 직원들의 심기를 살펴 주니, 직원들에겐 편하게 의지할 수 있는 상사였을 것이다. 퇴근할 때마다 약속이 줄을 잇는 것을 보았다. 누군가와 술을 마시고 싶다는 것은 그를 좋아한다는 것일 터.

하지만 업무에 밝지 않고서야 그런 것이 다 뭐냐고 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음식점 주인이 주방에 훤하지 않고서 어떻게 큰 식당을 운영하나?’ 하는 타입의 분들 말이다. 나 또한 그런 쪽 사람에 가깝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인간관계에서는 이성보다는 감성을 건드리는 사람이 팔로워가 많다.

그리고 마지막의 C 유형. 그러니까 신뢰할 수 없고 시류에 영합하며 위계에만 충성하는 상사를 만난 부하는 처음엔 직장 생활에 염증을 느끼다가 나중엔 조직 전체에 대한 환멸을 가지게 된다. 부화뇌동하고 아래에 군림하고 윗사람에겐 입안의 혀같이 굴어야 라인을 잡고 승진할 수 있는 조직에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현대인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다. 업무 중심 능력 중심이라는 게 꼭 차가운 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 내에 불필요한 긴장과 경쟁을 조성하기보다 협력하고 서로 보듬는 분위기를 만드는 상사는 개인의 역량이 아닌 조직의 능력으로 업무를 전진시킨다. 이에 동의한다면 실천으로 이어 가자. 그럼 차차 ‘찐팬’이 생길 것이다.

“팀장님, 오늘 시간 있으셔요?”

“과장님, 라떼 한잔하실래요?”

그리고 퇴직일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다는 것, 그것이 하나의 힌트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하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