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창#35 관리자의 자질과 덕목 ②
공무원의창#35 관리자의 자질과 덕목 ②
  • 양승열 전 서울 마포구 국장
  • 승인 2023.08.0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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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 제 몫을 하되 여민동락(與民同樂)하라
양승열
양승열

[시정일보] 동장은 기관장이기 이전에 기초지방정부의 최일선 행정 책임자다. 직원이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사기를 높여 주는 일은 차지하고서라도, 예의 권위를 앞세워 직원들의 사기를 꺾진 말아야 한다.

조선으로 치자면 구청장은 부사(府使) 또는 군수, 동장은 종 6품의 현감에 해당한다. 고을을 다스리는 자를 수령이라 했고, 백성들은 원님 또는 사또라고 불렀다. 지방관은 임금이 임명했고, 통치권 역시 임금으로부터 위임받은 자였다.

20여 명의 직원 모두가 바쁘다. 주민센터의 일은 매뉴얼과 프로세스에 따라 움직인다. 잘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하루하루가 돌아가야 한다. 따라서 비록 사소한 것이라도 직원들이 동장의 수발을 들어선 안 된다. 국장 시절에도 그랬지만, 난 내 일은 스스로 해야 직성이 풀렸다.

작은 일이라고 하나씩 직원들에게 시키면 몸도 정신도 관료화되어 낡게 된다. 관리자가 자질구레한 것까지 스스로 하다 보면 조직문화도 건강해진다. 일을 직접 챙기고 파악하는 관리자는 늘 현장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매일 걸어서 만보계의 할당을 채우니, 건강 또한 덤이라면 덤이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화장을 한다.”

사마천(史馬天)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글이다. 사람의 마음은 가장 강력한 실천의 동력이다. 출근하고 싶은 직장이 되게 하는 것은 동료와의 관계도 있지만 관리자의 몫이 크다. 왜냐하면 위계조직은 피라미드 구조의 지휘체계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아무리 훌륭해도 결국 이를 운용하는 것은 관리자의 몫이다.

법치(法治)와 인치(人治)는 결코 대립적이지 않다. 모든 일이 시스템으로만 돌아간다면 조직의 수장은 왜 필요하겠는가. 조직의 경쟁력과 효율성은 시스템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인치’라는 개념을 사적 통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도 있다.

내 경험상 그들은 주관적 판단과 사적 욕망으로 공무에 개입해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관리자의 권한을 남용하곤 했다. 시스템에 사람의 향기를 불어넣고 더 높은 효율을 내는 것은 결국 운용자의 몫이다.

인사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다. 나는 대상자의 보직 경로와 전공을 보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직원들이 선호하는 보직은 한정되어 있고, 또 기피하는 보직 또한 늘 분명하기 때문이다. 직원의 최대 관심사인 승진 역시 어떤 식으로든 도와주려는 입장에 서야 한다.

과거 나와의 관계성이나 껄끄러웠던 일, 미묘한 감정과 같은 개인의 이해관계는 접어둬야 한다. 조직 내 구성원, 특히 관리자와 직원 사이에는 의리와 믿음이 있어야 한다. 조직이 나의 노력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은, 동장이 해당 직원을 철저히 믿고 끌어 줄 때에만이 생겨난다. 이것이 동장이 해야 할 내부에서의 몫, 즉 노릇이다.

동장의 외부 사업, 즉 동민을 위한 일에 고정된 경계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영역은 없다. 두 번의 동장을 역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일상을 세밀하게 살피고 즐겨 듣는 것이었다. 동별 7~9개의 직능단체와 유기적이고 원활한 유대 관계를 맺어 하나의 가치를 위해 모두 협력하는 기풍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동장은 늘 살펴야 한다. 어려운 동민들은 없는지, 주거·안전사고 등 취약 지역은 없는지를 늘 확인하고 미심쩍은 영역이 있다면 반드시 그 실체를 확인해야 한다. 예찰 활동의 습관화가 동장에게는 가장 중요한 외부 업무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