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창#41 주인 같은 종업원, 손님 같은 종업원
공무원의창#41 주인 같은 종업원, 손님 같은 종업원
  • 양승열 전 서울 마포구 국장
  • 승인 2023.08.16 08:55
  • 댓글 0

양승열 전 서울 마포구 국장
양승열
양승열

[시정일보] 동장 시절의 일이다. 유독 한 직원을 지목하며 그와 함께 입을 했던 직원들이 함께 일을 못하겠다고 아우성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 대한 악평과 민원성 호소는 이어졌다. 아래는 그에 대한 동료들의 하소연들이었다.

일은 전혀 안 하면서 기차 화통 삶는 소리로 사무실에서 사적인 통화를 거리낌 없이 합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모든 집합 행사가 중단되어 그분 업무 상당수가 사라졌는데도 그는 자신보다 더 편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다른 동주민센터 담당과 비교하며 짜증을 입에 달고 살아요. 일이 많다느니, 어차피 승진 안 할 것이니 일도 하지 않겠다는 식이죠. 시끄러운 소음도 제겐 고역이었지만, 그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말 하나하나를 들으며 사무실에서 일하기 너무 힘들어요.

- 그와 같은 팀에서 일하던 겨우 입사 2년차 H의 하소연

(2020년 21대) 동장님도 보셨겠지만, 총선을 앞둔 토요일에 전 직원이 출근해서 공보(홍보물 봉투) 작업을 했잖아요. 업무량 절반을 겨우 해냈는데, 오후 6시에 끝내야 한다는 둥 옆에서 끝없이 투덜거렸고 이로 인해 미칠 것 같더라고요.

- 동료 C의 푸념

다음 날 일요일 전 직원이 나와서 선거 공보물 작업을 하는데, 그 사람은 저(책임자)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혼자 나오지 않겠다고 일방 통보하더라고요.

- K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 말

어디 그뿐인가. 폭우가 유난히 잦았던 2020년 여름에도 그에 대한 하소연이 이어졌다.

지난주 풍수해 경보 발령으로 당장 거리에 나가 햇볕 그늘막을 접어서 고정해야 했잖아요. 남자 일손이 필요해 그에게 함께 나가자고 했더니, 오후 6시라며 퇴근하겠다네요. 저랑 친하기도 하고 제가 그 사람 실수도 많이 감싸 줬는데…. 뭐 저런 사람이 있나요?

- 그자의 절친 P의 고백

그는 어느새 자신과 함께 일했던 모든 이에게 미움을 받고 있었다. 바로 W였다. 오며 가며 나도 목격했던 터라 다음 인사 때 직원들의 바람대로 전출 내신을 냈다. 그가 실무 담당인 서무주임을 해코지할지도 몰라 서무주임에게 일러 두었다. 그가 혹시 따지면 “동장인 내가 지시했다고 해라. 나한테 보내라.”고.

아니나 다를까, 심사에 들어간 노조 간부로부터 연락을 미리 받은 그는 내 방에 들어와 문을 꽝 닫는다. 사전에 얘기라도 해 줘야지 준비도 없이 본부로 가게 됐다고, “나를 내보낸 이유가 뭐냐?”고 항의를 한다.

“난 그대를 그렇게까지 미워하진 않지만, 직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그대와 같이 근무 못하겠다고 한다. 왜 그런지 한번 자신을 뒤돌아보는 기회로 삼아라. 내가 보기에도 문제가 있다. 총선 봉투 작업 때 동장인 나도 2일 꼬박 하는데 하루 하고 당신 맘대로 나오지도 않고, 직원이 부족해 모두 헉헉대는데 사전투표 종사도 못 하겠다고 하고, 풍수해 발령 때도 칼퇴근해 버리고, 그늘막 접으러 나갈 사람이 없다는데도 혼자 퇴근해 버리지 않았느냐?

지금은 부서장이 독단적으로 조직을 쥐락펴락하는 시대가 아니다. 직원들의 의견이 중요하다. 직원들의 여론이다. 열에 아홉은 고참인 그대가 팀플레이를 안 한다고 불평이 가득하다. 안타깝지만 같이 근무하기 힘들다고 다들 그러니, 원성을 받는 몇 사람 전출 내신을 했던 것이고, 본부 심사에서 그대만 수용된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이런 글이 전 직원이 보는 인트라넷 게시판에 올라왔다.

“저 팽당했어요. 신청도 안 했는데 전출자 명단에 있네요. 직원들이 같이 근무하고 싶지 않아서 전출자 명부에 올라갔다고. 이젠 간부들 눈치보다는 직원들 눈치를 더 봐야겠어요. 이 무슨 개 같은 경우가. 차라리 일을 못해서 전출자 명부에 올라갔다고 하지. 나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짓밟아 버리네요. 서로 마음 아프게 하지 맙시다. 드래프트제는 일보다는 아래위로 아부를 잘해야 승진도 하고 좋은 부서 갈 수 있다는 아주 좋은 제도네요.”

답글로 대꾸하지는 않았지만 난 일기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전 직원이 인사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동조를 일삼는 자유게시판에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올려 여론을 왜곡 호도하는 작태를 보이는구나. 과연 염치가 있는 것인지? 그것도 까마득한 후배들 앞에서. 열심히 써먹고 쓸모없다 내쳤을 때 ‘팽’당했다고 하는 것이지, 열심히 일하지도 않고 팀플레이를 전혀 하지 않아 뭐 저런 사람이 있어, 손가락질받는, 자기밖에 모르는 이런 자가 얻다 대고 감히 후안무치한 용어를 쓰나 그래.

그는 승진 안 할 거니까 일도 조금밖에 안 하겠다고 말했던 자가 아닌가. 코로나 19 방역이니 뭐니 현장에서는 사람이 없어 전전긍긍하는데 4월 4일 아침부터 종일, 다음 날 5일 점심때까지 총선 홍보물 봉투 작업에 전 직원이 달라붙어 중노동을 함에도 그는 혼자 힘들다고 다음 날 자기 맘대로 불참하였다. 이런 종업원을 뒀다면 회사는 어떻게 될까?

4월 10일~4월 10일 휴일 양일간 사전투표에 종사할 수 없다고 거부한 그, 유례없는 사전투표율에 파김치가 된 직원들에 대한 미안함은커녕 코로나로 주민자치프로그램 등이 중단돼 자신의 업무가 여유 있음에도 풍수해 경보가 발령이 돼 그늘막 등 밖에서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도 혼자 18시 땡 퇴근하는 등 너무 심한 이기주의로 인해 직원들이 모두 같이 근무 못할 1순위로 지목한 여론을 반영하여 전출계획에 따라 내신을 하였던 것 아닌가? 팩트를 모르는 직원들은 정말 단물 빼먹고 팽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닌가?

2020년 그해 장마는 유난했다. 중부 지방 기준 6월 24일에서 8월 16일까지 696.5㎜로 역대급이었다. 1973년 이후 가장 긴 장마로 54일을 그치지 않고 퍼부었다. 동주민센터의 업무량은 선거철이나 새로운 정책 시행 등으로 달라지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강우량과 강설량은 주민센터 직원들의 긴장도를 급격히 끌어올리는 시그널이기도 하다. 재해 예방을 위한 순찰은 기본이고 시설물을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기상 상황에 따라 본부에서 1단계에서 3단계 등의 근무명령을 내리면, 직원들은 자다가도 나와서 수방과 제설 현장으로 달려가야 한다.

여름과 겨울은 우리 직원들에겐 늘 긴장하고 대기해야 하는 시즌이다. 최악의 장기 폭우로 사무실 서류마저 젖어 들던 시기에 그는 우리 동주민센터에서 가장 취약한 위기 요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