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매사 보이지 않는 것에 더욱 신중해야
시청앞 / 매사 보이지 않는 것에 더욱 신중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23.08.1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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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道也者(도야자)는 不可須臾離也(불가수유리야)니, 可離(가리)면 非道也(비도야)라. 是故(시고)로 君子戒愼乎其所不睹(군자계신호기소부도)하며 恐懼乎其所不聞(공구호기소불문)하니라.

이 말은 中庸(중용)에 나오는 말로서 ‘도라는 것은 잠시라도 떠날 수 없으니 떠날 수 있으면 도가 아니다. 그러므로 군자는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에 더욱 경계하고 신중하며 남들에게 들리지 않는 것에 더욱 두려워한다’는 의미이다.

성을 따르는 것 즉 인간이 날 때부터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본연의 성을 따르는 것이 도이다. 따라서 인간은 잠시라도 도를 떠날 수가 없다. 도는 바로 인간이 가야 할 길이요. 언제 어디서나 무엇을 하든 간에 도가 없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도를 떠날 수 없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도를 떠난 듯 하고 도에서 벗어난 듯 보이는 것은 왜인가. 이는 도가 人欲(인욕)에 의해 가려졌기 때문이다. 天理(천리) 즉 성선이 인간에게 부여된 이성적 측면을 말하는 것이라면 인욕은 인간에게 내재된 동물적 속성 같은 것을 말한다. 어차피 동물인 이상 인간에게는 누구나 천리와 더불어 인욕이 내재돼 있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인욕을 버리고 천리가 발현되면 도를 얻고 인욕이 천리를 억누르면 도를 잃게 된다. 천리가 발현되느냐 인욕이 기승하느냐의 갈림길은 남들에게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은밀한 곳 즉 자기 자신만의 내부 세계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군자는 남들에게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에 신중히 하고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다.

작금에 들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의 철근 누락 부실시공은 건설업계의 이권 카르텔과 총체적 부실이 빚은 합작품이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철근을 빼먹은 LH 아파트 15개 단지 중 13곳의 설계회사가 LH퇴직자들이 근무 중이거나 2021년까지 대표나 고위 임원을 지낸 전관업체라고 한다. 즉 건설업계에는 전관을 매개로 서로 밀어주고 눈감아주고 이권을 챙기는 고질적 악습이 독버섯처럼 실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공공 기관 출신 전관들은 감리 회사뿐만 아니라 설계 및 건설 회사에도 영입돼 수주에 활용되고 있는 게 공공연한 현실이다. 심지어 설계·감리 과정에서 5차례나 벌점을 받고도 900억원 이상의 수주를 따낸 사례도 나왔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공기업 직원과 공무원, 업체 간 뿌리 깊은 카르텔 속에서 설계·시공·감리가 제대로 이뤄졌을 리 만무하다.

차제에 정부는 건물 붕괴 참사가 더 이상 재발되지 않도록 건설업계의 이권 카르텔을 반드시 뿌리 뽑아 안전한 건설문화 조성해 국민 불안감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