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보편적 가치의 실종
시정칼럼 / 보편적 가치의 실종
  • 최기복 논설위원
  • 승인 2023.08.1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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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복 논설위원
최 기 복 논설위원
최 기 복 논설위원

[시정일보] 종편방송의 뉴스를 보면 화들짝 놀라는 것이 아니라 속된 표현으로 까무러칠 정도로 아연한다. 나이 지긋한 사람들의 범죄란 으레 돈과 치정에 얽혀 있거나 권력 다툼의 아비규환이지만 20대 30대의 젊은 사람들의 범죄란 인면수심(人面獸心) 이하다. 사람의 탈을 쓰고 차마 할 수 없는 묻지 마 살인이 횡횡하고 여자들의 영아 유기 살인이 대세를 이룬다. 자신의 아이를 자신의 손으로 죽여 그 시체를 냉장고 속에 보관하고 그 사체와 함께 음식물을 담아 보관해 먹고살았다니…….

더하여 초등학교에서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어이없는 교사폭행 행위로 새내기 교사가 스스로 자살을 택하고 그동안 침묵했던 교사들이 교권을 외치며 시가지를 행진하는 데모군중이 된 현상이 또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고위공직자라는 라벨이 붙은 지도층 인사들의 지나친 자식 보호 의식이 일반 서민 대중이라고 해서 갖지 말라는 법은 없다손 치더라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보편적 가치란 무엇인가? 법과 도덕의 잣대마저 고무줄 잣대가 되어가는 현실에서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 권력무죄(權力無罪), 혈연, 학연, 지연 등이 고루고루 보편적 가치의 실종을 부추기고 있다. 이와 무관한 일반국민들에게 안겨주는 허탈 속에 이들은 삶의 목표와 자식교육의 지침이 오직 출세 위주다. 출세해야 돈을 쉽게 벌고 돈이 있으면 권력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과정과 방법은 차치하고 결과에만 목을 매고 있으니 주객이 전도된 가치관 즉 보편적 가치가 실종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국가나 지자체를 향한 민원은 거의 90% 이상이 보상요구다.

기업은 망해도 노조는 존재해야 하고 교사가 없어도 학생인권은 존재해야 하고 자식은 부모를 향해 효행보다는 재산 분배나 스스로의 불행을 책임지라고 윽박지르는 세태다. 수술 환자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데도 요구관철을 위해 의료 분쟁의 중심에 서 있는 의사들을 보면서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읊조리던 저들의 학창 시절은 세태의 때 묻은 역사로 전락해 버렸음에 한숨이 나온다. 사명감이나 소명의식조차 마비된 인술에 당하고 있는 환자나 환자가족은 속수무책이다. 자식의 가방 속에 교사의 결점을 녹음시키려고 녹음장치를 해 보내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참 교육을 빙자한 교원단체를 만들어 대한민국의 학교 교육에 위계질서를 파괴한 준 정치집단의 준동 또한 꼴불견이다.

교육의 가치보다 자신들의 이해를 앞세우고 오늘의 학교 교육 결과에 추호의 반성이나 개전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자신이 소중하다면 타인 또한 소중하다. 내 자식이 귀하다면 남의 자식도 중요하다. 보편적 가치의 원리이다. 권력을 이용 내 자식은 학폭의 주동자가 되어도 알량한 법률지식과 위력으로 은폐 무마시키는 자들이 보편적 가치질서를 흔드는 자들이다. 사람 죽기만을 기다리는 장의사, 자동차 사고만을 기다리는 레커차 운전사, 환자의 양산을 기다리는 의사, 모두가 필요한 직업이지만 그들의 심리 속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것이다.

철근을 넣지 않은 채 준공이 끝난 아파트군의 붕괴가 몰고 올 예견된 불행을 모를 리 없는 건설업자들의 어이없는 만행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결국 돈 때문일 거라고 생각된다. 돈이 만드는 불행의 자초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서 때가 되면 죽어야 한다. 가치 있는 죽음은 무엇인가. 보편적 가치기준에 의하면 붕괴되지 않은 멘털 속에 희생과 봉사로 점철된 삶을 영위 한 사람이다. 보편적 가치의 추구 목적은 함께 행복해져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