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청 앞 / 항상 매사에 수시처중 할 줄 알아야
시 청 앞 / 항상 매사에 수시처중 할 줄 알아야
  • 정칠석
  • 승인 2023.08.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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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君子之中庸也(군자지중용야)는 君子而時中(군자이시중)이요 小人之反中庸也(소인지반중용야)는 小人而無忌憚也(소인이무기탄야)니라.

이 말은 中庸(중용)에 나오는 말로서 ‘군자가 몸소 중용을 실행한다는 것은 군자로서 늘 때에 맞춰 중에 처한다는 것이며 소인이 중용을 어긴다는 것은 소인으로서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중용은 의미보다 실천이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군자가 몸소 실행하는 중용은 時中(시중)이라고 했다. 주희는 시중을 隋時處中(수시처중) 즉 때에 맞춰 중에 처한다로 풀이했다. 여기서 중은 지당한 것 즉 지극히 타당한 것 또는 至善(지선)의 것 즉 지극히 최선의 것을 말한다. 이는 또한 대학의 止於至善(지어지선)에서의 지선과 연관돼 있다. 양자는 모두 만사만물의 이치에서 타당함의 극치를 일컫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중은 언제 어디서나 가장 최선의 가장 타당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중용은 權(권)과 變(변)을 중시한다. 權(권)은 常(상)의 상대요 變(변)은 通(통)의 상대로 매사를 처리함에 있어 가장 당면하고 정당하고 합당한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군자는 바로 중이 근본임을 알고 권과 변을 알아 시중할 줄 아는 사람이다. 소인은 변화와 융통이 자신의 이익에 치우친 것이며 욕망이 지나친 것이다. 그래서 얼핏 보면 시중인 것 같지만 사실을 중용에 역행하는 것이다.

작금에 들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지난 11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폐영식과 K팝 콘서트를 끝으로 환호 속에 막을 내렸다. 사상 최악이 될 뻔했던 새만금 잼버리가 정부의 결단과 기업·종교계·시민들의 헌신적 노력 덕분에 오히려 대한민국의 역동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긍정적 평가을 받으며 마무리 된 것은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32년 전 강원 고성 잼버리를 98억원의 예산으로 대성공시켰지만, 1240여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한 전북 부안 새만금 잼버리는 그야말로 대참사였다. 두 대회 모두 한여름에 실시됐고 폭우 또한 예상됐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올곧 잼버리에만 집중했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어쩜 염불보다 잿밥에만 눈이 멀다보니 이러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새만금 야영장 용도 변경을 핑계로 1846억원을 받아내고, 잼버리를 빌미로 공항·도로 건설비 등에 2조원이 넘는 예산을 확보했지만 정작 새만금 잼버리의 성공적 개최는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인 것은 아닌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처럼 난장판으로 시작해 화려한 종지부를 찍는 급반전 드라마를 우리는 일찍이 본적이 없으며 여야는 더 이상 네 탓 책임공방 정쟁으로 지새울 것이 아니라 냉정히 분석해 반면교사로 삼아 향후에 다시는 이런 행사가 나오지 않도록 재발방지책 마련이 더 급선무라 생각된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중용은 의미보다 실천이 더욱 어려운 것이란 사실을 새삼 느끼며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