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매사 깨끗해야만 올바른 업무를 행할 수 있어
시청앞 / 매사 깨끗해야만 올바른 업무를 행할 수 있어
  • 정칠석
  • 승인 2023.09.1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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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心地乾淨(심지건정)이라야 方可讀書學古(방가독서학고)니 不然(불연)이면 見一善行(견일선행)하여 竊以濟私(절이제사)하고 聞一善言(문일선언)하여 假以覆短(가이복단)이라 是(시)는 又藉寇兵而齎盜糧(우자구병이재도량)이니라.

이 말은 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써 ‘깨끗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야 옛것을 배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 가지 선행을 보고 이것을 훔쳐 자기의 욕심을 채우게 되고 한마디 좋은 말을 들으면 그것을 빌어 자기의 잘못을 덮는데 쓴다. 이것이야말로 적에게 무기를 빌려주고 도둑에게 양식을 제공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이다.

깨끗한 마음 바탕이 있어야 아름다운 예술이 잉태되고 깨끗한 마음 바탕이라야 올바른 업무 올바른 경제, 올바른 학문의 탐스런 열매가 열릴 수 있다. 마음 바탕이 고른 사회에서는 범죄자가 따로 있을 리 없다. 깨끗한 마음은 항상 깨끗한 생명력으로 그가 터 잡은 한 사람의 인간을 깨끗하게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마음이 어두운 사람에게는 지혜를 주면 그는 보다 영악한 죄를 만들어 낸다. 마음이 어두운 사람이 가득 찬 사회는 그래서 도저히 밝아질 수가 없다.

작금에 대검찰청이 지난 3월8일 실시된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관련 선거사범 수사 결과, 모두 1441명을 입건하고 836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중 혐의가 무거운 33명은 구속됐다. 유형별로는 금품 선거가 1005명으로 70%에 이르며 흑색선전이 9.5%인 37명, 사전선거운동이 4.0%인 57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당선자 1346명의 7.7%인 226명이 입건됐으며 이 중 구속 7명을 포함 103명이 기소됐다. 제2회 조합장 선거와 비교하면 입건은 10.6%, 기소는 10.1% 증가했다. 흑색선전 사범이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공직 선거와 달리, 조합장 선거는 금품 선거의 병폐가 여전히 만연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조합장 선거가 이처럼 최악의 저급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로 무엇보다 책임에 비해 조합장이 갖는 권한이 너무 크며 4년 임기 동안 억대 연봉 외에 지역농협에서 수행하는 각종 사업과 인사권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합장 선거가 ‘깜깜이 선거’, 현직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다른 공직 선거와 달리 예비후보자등록 제도가 없고 선거운동 기간도 13일로 매우 짧을 뿐만 아니라 후보를 알리는 현수막이나 조합원 집을 방문해 명함을 나눠 줄 수도 없고 조합원들이 후보자들의 공약과 면면을 점검하고 비교할 수 있는 토론회도 없다. 2020년 이후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 개정안이 30여 건에 이르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차제에 국회는 공정하고 깨끗한 조합장 선거가 될 수 있도록 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