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식 장편소설 '영화농장'
임동식 장편소설 '영화농장'
  • 신일영
  • 승인 2023.09.15 16:50
  • 댓글 0

은근한 끈기로 혹독한 시련을 헤쳐나간 '어머니'의 이야기

 

[시정일보] 60을 한참 넘어서 소설을 공부하기 시작한 임동식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작가가 나고 자란 전남 무안군 일로읍 도덕리(道德里)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로, 일제의 침탈과 해방, 6.25 전쟁 등 굴곡진 대한민국 현대사를 야무진 호남 사투리로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제목 ‘영화농장’과 달리 소설의 줄거리는 그리 영화롭지 않다. 영화농장(榮和農場)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에 영산강 일부 유역을 간척(干拓)해 조성한 467ha(141만여평)의 광활한 농경지이고, 도덕리는 영화농장에서 파생된 간척촌(村).

이 소설은 필자가 태어나고 자란 도덕리(道德里) 마을 주민들의 생활사를 그렸다. 일제의 침탈과 함께 보릿고개, 6.25 전쟁 등 혹독한 혼란기를 반추하며, 내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자성하는 마음을 담았다. 또 세월의 뒤안길에서 영화농장의 아련해지는 정서도 그렸다.

하지만, 이면에는 뼈아픈 고뇌의 눈물도 녹아 있다. 작가가 일곱 살 되던 해 가난과 2남 3녀를 어머니에게 떠맡겨 놓고 아버지는 40살에 세상을 떠나셨다. 고로 소설의 주인공은 바로 어머니다. 작가는 어머니를 불운한 운명을 성공적으로 살아온 인간 승리자로 묘사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이라는 한국사의 큰 격동기를 오롯이 혼자 몸으로 버텨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주어진 삶을 향해 담담하게 흔들리지 않고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갔다.

냉철하고 이성적이지만 운명 앞에 순응하기 위해선 필연적인 선택이었는지는 모른다. 이는 그녀의 내면에 감춰진 강직한 성품과 질긴 성실함 때문에 가능했을 일이다.

작가는 한 시대를 살며 마주한 혹독한 시련과 서러운 운명과 마주 선 시골 아낙이 은근한 끈기로 담담하게 헤쳐나가는 모습을 애잔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