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기고/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 임동훈 아이비성형외과 원장
  • 승인 2023.09.1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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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훈 아이비성형외과 원장, 의학박사
임동훈 원장
임동훈 원장

[시정일보] 최근 우리나라에서 불고 있는 성형 수술의 유행은 쉽게 수그러들기 어려운 바람처럼 보인다. 꽤 보수적이라 자부하는 사람들조차도 성형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고 있을 만큼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실제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많은 수가 성형을 원하고 있고, 최근 서울의 모 백화점에서는 경품으로 제공하는 성형 수술 티켓 때문에 엄청난 인파가 몰렸던 기억이 새롭다.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망 중의 하나다. 그러나 미(美)에 대한 관점도 시대조류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이어서 예술작품에 그려진 미인의 형상이 시대별,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여간 흥미로운 것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절대적인 미라는 것은 없지만, 현대의 추세에서는 큰 키, 마른 체형, 서구형의 긴 팔다리와 납작한 복부, 각 사회에서 원하는 얼굴의 생김새라는 공통점이 있다.

어쨌든, 우리는 지금 성형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 여대생 60% 이상이 성형 수술을 받았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부산은 성형관광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일본 여자들이 단체로 지리적으로 가까운 부산에 와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성형 수술을 하고 간다.

우리나라 여자는 성형한 사실을 당당히 고백하는데 일본 여자들은 성형을 숨긴다고 한다. 두 나라 문화 차이에서 오는 것일까. 어느 유명한 정신분석학자는 한국 여성들의 과도한 성형 수술 붐은 자기 몸에 대한 증오와 잘못된 서구화 관념 때문이라고 혹평한 바 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여성의 본능이다. 그러나 절제 안 된 본능은 자칫 추태로 연결된다. 요즈음 여자들의 이상형은 서구적 미인이다. 서양사람들은 1820년에 그리스 남쪽 에게해의 밀로 섬에서 출토된 밀로의 비너스상을 미(美)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1차대전 후에 시작된 미스 아메리카, 미스 월드, 미스 유니버스의 선정기준도 바로 밀로의 비너스상이 갖춘 육체 조건을 기준으로 했다.

옛 우리 선조들은 미인의 조건으로 3백(三白: 결·이·손), 3흑(三黑: 눈동자·눈썹·머리카락) 3홍(三紅: 입술·볼·손톱), 3장(三長: 키·머리카락·팔다리), 3단(三短: 이·귓볼·발), 3광(三廣: 가슴·이마·미간), 3협(三狹: 입·허리·발목), 3비(三肥: 엉덩이·허벅지·유방), 3세(三細: 손가락·목·콧날), 3소(三小: 머리·턱·코) 등 30가지를 보았다

요즈음 사람들은 미감(美感)과 같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옛 우리 선조들은 특히 조그만 코와 작은 두상의 여자를 여성미가 있는 것으로 본 것이다. 지금은 콧대를 높여 큰 코로 성형하다 보니 여성미를 잃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한다.

‘용모가 제1의 경쟁력. 성격 나쁜 것은 용서할 수 있어도 얼굴 못생긴 것은 참을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러한 잘못된 아름다움의 기준 때문에 초등학생에서 주부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얼짱, 몸짱’이 되기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불사할 태세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는 지금 내면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상업화로 포장된 아름다움만 만연해 있다. 어느 순간부터 아름다움은 더 이상 정신적인 가치가 아닌 외면적인 가치로 평가되기 시작해 버렸다.


물론 외모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나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그만큼 내실이 없다는 방증이다. 아름다움이란 표피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아름다움은 외모뿐만 아니라 개인의 능력이나 개성, 그리고 내적 아름다움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누군가에게 오랜 기간 호감을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내면의 아름다움이다. 이 논제를 계기로 외모만 중요시하는 사고에서 벗어나,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보길 바란다.

얼굴이란 말의 근원이 얼의 꼴에서 나왔다고 한다면, 한 사람의 얼굴 모습은 곧 그 사람의 영혼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아름다운 얼굴은 지금까지 아름다운 행위를 통해 얼을 아름답게 가꿔와서 그럴 것이고, 추한 얼굴은 추한 행위만을 쌓아왔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는 논리다.

아름다움의 기준을 나그네처럼 고정된 관점으로 볼 것이 아니라, 거사처럼 다양한 관점을 통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아름다움을 외모 하나만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그야말로 아집이다. 다양한 측면(개인의 능력, 개성, 내적 아름다움)에서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다른 사물이나 현상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서 헤아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성형미인에 대한 환상이 커지면서 상습적으로 얼굴을 뜯어고치는 성형중독증 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 성형의 메카’, ‘성형 왕국’으로 불리는 서울 압구정 성형타운. 성형미인을 꿈꾸는 무분별한 성형은 엄청난 절망을 줄 수 있다. 어쨌든, 성형 수술 결과를 비관해 우울증에 빠져 자살을 택한 사례가 허다하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성형 수술에 대한 불만이나 부작용 때문에 자살을 택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이유는 뭘까. 2000년 이후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성형 열풍은 ‘돈만 들이면 무조건 예뻐질 수 있다’는 헛된 망상을 우리 사회에 퍼뜨렸고, 이는 성형 수술의 부작용이나 후유증에 대해 깊이 고려하기보다는 ‘일단 하고 보자’ 식의 ‘묻지만 성형’ 풍조를 낳았다.

또한 요즘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관상 성형’ 바람이 불고 있다. 단지 아름다움을 좇아 얼굴을 개조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신 관상의 단점을 성형 수술로 보완해 직장 운이나 사업 운을 북돋우려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관상 성형 수술도 취업 시험의 한 ‘과목’으로 ‘당당히’ 자리를 잡게 됐을 정도다.

틀에 박힌 듯한 예쁜 얼굴, 이른바 ‘성형 미인’ 대신 ‘관상 미인’이 뜬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관상과 성형을 주제로 한 인터넷 사이트가 20대 젊은 층으로부터 주목받는가 하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는 얼굴의 어느 부위를 고쳐야 관상이 좋아지는지 상담해주는 점집들이 성업 중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성형외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뽀얗고 윤기 있는 피부를 위해 피부 미용이나 박피수술을 원하는 남성들이 피부과 문을 두드리는 것도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들은 귀티 나는 맑고 흰 피부를 갖고 있어야 사회생활에서도 그만큼 귀하게 대접받는다는 일종의 관상적 신념을 갖고 있다는 게 피부과 관계자의 귀띔이다. 또 얼굴의 주름이나 점을 치료 부위를 관상학적 관점에서 스스로 선택하는 환자들도 적잖다고 한다.

예를 들어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도 성형외과 의사의 권유로 이마의 주름살을 펴는 수술을 받았다. 이마에 난 세 줄의 주름살이 대선 행보에 장애가 된다는 관상학적 이유에서였다고 전해졌다

옛날에는 몸에 칼을 대는 것을 아주 금기였다. 더욱이 예뻐지기 위해서 얼굴에 칼을 댄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예뻐지기 위해서라면 쌍꺼풀 수술도 하고, 콧대도 들어 올리고, 광대뼈도 태연히 깎아낸다. 그리고 이제는 그것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는 사회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해서 의사들이 성형 수술의 필요성을 만들어낸 측면도 일부 있지만, 어느새 우리 사회는 눈에 보이는 감각적인 것만 가지고 모든 것을 판단하는 전도된 가치체계를 지니게 되었다. 이는 미의 사회성과 윤리성을 망각한 결과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