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청 앞 / 남에게 보이지 않는 것에 경계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두려워해야
시 청 앞 / 남에게 보이지 않는 것에 경계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두려워해야
  • 정칠석
  • 승인 2023.09.2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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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是故(시고)로 君子戒愼乎其所不睹(군자계신호기소부도)하며 恐懼乎其所不聞(공구호기소불문)하니라. 이 말은 中庸(중용)에 나오는 말로서 ‘군자는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에 더욱 경계하고 신중하며 남들에게 들리지 않는 것에 더욱 두려워한다’는 의미이다.

성을 따르는 것 즉 인간이 날 때부터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본연의 성을 따르는 것이 도이다. 따라서 인간은 잠시라도 도를 떠날 수가 없다. 도는 바로 인간이 가야 할 길이요, 언제 어디서나 무엇을 하든 간에 도가 없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도를 떠날 수 없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도를 떠난 듯 하고 도에서 벗어난 듯 보이는 것은 왜인가. 이는 도가 人欲(인욕)에 의해 가려졌기 때문이다. 天理(천리) 즉 성선이 인간에게 부여된 이성적 측면을 말하는 것이라면 인욕은 인간에게 내재된 동물적 속성 같은 것을 말한다. 어차피 동물인 이상 인간에게는 누구나 천리와 더불어 인욕이 내재돼 있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인욕을 버리고 천리가 발현되면 도를 얻고 인욕이 천리를 억누르면 도를 잃게 된다. 천리가 발현되느냐 인욕이 기승하느냐의 갈림길은 남들에게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은밀한 곳 즉 자기 자신만의 내부 세계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군자는 남들에게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에 신중히 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작금에 들어 감사원이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통계법 위반,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 혐의가 드러난 문재인정부 시절 관련자 22명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통계 조작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이뤄졌다는 데 대해 충격을 감추지 않을 수 없다.

감사원에 따르면 감사 결과 청와대와 국토부의 통계 조작이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부동산 통계 작성 기관인 한국부동산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수치를 조작한 것만 수십여 차례에 걸쳐 상시적·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참담하기 그지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 지역 주간 집값 변동률이 전주보다 높게 나오거나 부동산 대책 효과를 보여 줄 필요가 있을 경우 재검토 지시, 상승 사유 소명 요구, 현장 점검 요구 등 방법으로 상승률을 낮추도록 압박했다고 한다. 정확성과 신뢰성이 생명인 통계를 정부가 나서 조작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은 물론 국제적인 조롱을 사는 행위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차제에 검찰은 통계 조작을 국기 문란으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수사해 진상을 낱낱이 공개함은 물론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