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의도브라이튼 도서관, 원안대로 주민과의 약속 지켜야
기고/ 여의도브라이튼 도서관, 원안대로 주민과의 약속 지켜야
  • 유승용 영등포구의회 운영위원장
  • 승인 2023.10.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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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용 영등포구의회 운영위원장

 

유승용 영등포구의회 운영위원장
유승용 영등포구의회 운영위원장

[시정일보] 영등포구청은 ‘여의도브라이튼(옛 MBC 부지)’이 기부채납하는 지하 1층 3,488㎡ (약 1,050평) 공간에 구립도서관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구청은 9월 초 갑자기 ‘여의동 주민행복센터 + 스타트업 허브센터’로 이름 짓고, 도서관 약 1,000㎡, 주민센터 약 1,500㎡, 문화 체육시설 및 여가공간 약 1,000㎡로 조성하겠다는 수정 계획을 발표했다. 도서관 면적을 1/3도 안 될 정도로 축소한 것이다.

이와 같은 구청의 갑작스런 조성 계획 변경에 대해 필자는 여의도브라이튼 도서관은 원안대로 지하 1층 3,488㎡ 전체에 대형도서관을 조성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주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구청의 일방적인 계획 변경에 대해 다음의 3가지 이유를 들어 원안대로 구립 대형도서관 조성을 추진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첫째, “주민들은 대형 도서관을 원한다”. 도서관이 축소되고 동주민센터가 들어온다는 변경안을 접하고 수많은 민원이 의회와 구청에 접수됐다. 원안대로 대형도서관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구청의 변경안을 접한 주민들은 여의도에 제대로 된 도서관이 들어오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 인근에 제대로 된 도서관이 없어 그동안 주민들은 타 지역으로 원정을 떠나야 했다. 참고 기다린 만큼 대형도서관이 조성되어 문화적 향유를 누려보고자 했던 주민들의 분노가 이해가 된다. 덧붙여 서울시가 여의도 일대에 594억원을 투입해 야심차게‘디지털국제금융중심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금융특구에 걸맞는 구립 대형도서관이 여의도에 들어서야 격에 맞다고 보인다.

둘째, “주민과의 약속을 어겼다”. 본래 여의도브라이튼 도서관은 주민 문화시설이 부족한 여의동에 기부채납시설을 활용해 구립 대형도서관을 만들어 지역주민의 커뮤니티 공간이자 인근 직장인을 비롯해 외지인도 방문하는 명소로 조성하겠다는 것이 당초 계획이자 목표였다. 그런데 구청은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주민센터를 조성안에 포함시켰으며, 도서관을 축소시켰다. 표면으로 내세운 이유는 도서관을 단독으로 조성했을 때 투입해야 하는 연간 약 26억의 관리·운영비가 부담스럽다는 것인데, 어느 사업이고 규모에 따라 운영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 또한 주민센터를 조성했을 때 여의동청사의 위치 편중과 IFC몰 내 현장민원실 운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인데, 불과 10여 년 전에 입주해 잘 사용하고 있는 주민센터를 이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지역주민들의 의견은 무시된 채 일방통행인 구청의 태도가 문제다.

셋째, “어렵게 확보한 예산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영등포구는 여의도브라이튼 도서관으로 작년 12월 서울시특별조정교부금 20억이 도서관 조성 시설비로 편성된 바 있으며, 국시비 38억9,600만원도 확보했다. 구청의 변경안처럼 도서관이 1/3로 축소된다면, 이 확보된 사업비도 축소된 규모에 따라 줄어들게 된다. 운영비 아까워하다가, 어렵게 확보된 예산을 반납하게 생겼다.

여의도브라이튼 도서관은 2019년부터 논의가 시작되어 2021년 기본계획을 발표한 이후로 예정된 행정절차가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었는데, 작년부터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최호권 구청장이 새롭게 취임하면서 국제도시와 금융특구에 걸맞는 도서관이 들어와야 한다며 국립 또는 시립도서관을 유치하겠다고 방향을 바꾼 것이다. 그래야 매년 들어가는 관리·운영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모두 무산되었다. 결국 구청이 예산을 절감하는 것에 빠져서 시간만 축내고 있는 셈이 되어버린 것이다. 돌고 돌아 동주민센터를 비집고 끼워 넣었는데, 이 변경안은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구청의 동주민센터 추가 조성안은 향후 발생하게 될 미래의 행정수요를 감당하겠다는 목적인데, 이는 여의도 재건축이 완료되는 시점에 맞춰 준비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의동의 인구수는 13,402세대 32,674명이며, 전면 재건축이 완료된다면 약 18,270세대 51,000명으로 예상된다. 향후 행정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이지만, 길게는 10년 후에 발생할 미래의 일이다. 이제 재건축 사업의 첫 단계를 통과한 상황에서, 완료 시점의 행정수요를 지금부터 대비하겠다는 것은 쓸데없이 부지런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현재는 재건축이 진행되는 것에 맞춰 기부채납 등을 통해 동주민센터 청사를 마련하는 방법을 구상하는 것이 맞다고 보인다.

주민들은 대형도서관의 탄생을 고대하고 있는데, 구청은 이와 같은 구민들의 염원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원안대로 여의도브라이튼 구립 대형도서관이 탄생하게 되면, 여의도를 넘어 영등포의 귀중한 지역자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 분명한데, 구청은 이만큼만은 피하고자 하는 듯해 보인다.

잠깐 동안 대형도서관이 들어선 영등포의 미래를 상상해보자.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아이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는다.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책만 읽는 곳만이 아니다. 친구도 만나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체험한다.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책을 빌리고 읽는 공간이 아니라, 평생교육의 허브로서 작용할 수 있으며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한 곳에서 만나고 교류가 일어나는 커뮤니티 문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 쓰임은 무궁무진하다. 여의도브라이튼에 원안대로 구립 대형도서관이 들어서게 된다면, 이 곳은 도시의, 지역사회의 심장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9월 18일 박용찬 국민의힘 서울 영등포을 당협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의도 주상복합건물 브라이튼에 들어설 도서관을 600평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당정협의회에서 검토했다고 알렸다. 구청의 수정계획안에 대해 여의도 일대 도서관으로 300평 규모가 협소하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당정협의회 논의를 통해 확대 조정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는 300평에서 600평으로 도서관 규모를 2배로 늘렸으니, 주민들에게 이 정도면 됐으니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으로 들린다. 단순히 숫자놀음으로 구민들을 현혹할 것이 아니라, 원안대로 3,488㎡ 전체에 도서관을 조성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된다.

지난 달 26일에는 김민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영등포을)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브라이튼 도서관’ 토론회를 주최했다. 토론회에는 영등포구청 관계자를 비롯해 전문가와 주민들이 참석했으며, 특히 여의도에 거주하면서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학부모들은 토론회장을 찾아 대형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목소리를 냈다.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김민석 의원은 “재건축이 완료된 여의도의 미래 모습을 감안할 때 브라이튼 도서관은 주민들과 약속된 대로 3,488㎡ 전체에 조성하는 것이 누가 봐도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필자는 지난 21일 오전 제247회 영등포구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여의도브라이튼 도서관을 원안대로 구청이 조속히 추진해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처럼 영등포 지역의 의원들이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대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구청은 귀를 열고 있지 않은 듯한 모습이다.

필자는 영등포구청과 최호권 구청장에게 간곡히 요청한다. 구청은 여의도브라이튼 기부채납지 활용에 대해 이제와서 청사진을 난도질해 제시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원하는 대형도서관 조성을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 주민들에게 혼란만을 불러일으키는 번복과 일방통행의 졸속 행정은 그만두고 탄탄하게 계획되고 주민들이 원하는 원안을 절차대로 진행해줄 것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