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 / 퇴직 소방관을 위한 건강지원 대책 필요
한마디 / 퇴직 소방관을 위한 건강지원 대책 필요
  • 박근종 서울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 승인 2023.10.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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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서울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박근종 서울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박근종
서울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시정일보] 2023년 6월1일 제정되어 지난 7월 2일부터 시행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어느덧 4개월이 다 돼가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내놓은 대책을 이용한 피해자들은 5명 중 1명도 되지 않는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네트워크가 지난 10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8월 24일부터 9월 17일까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1,579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대책을 한 번이라도 이용한 경우는 17.5%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임차인이 보증금을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는 최우선 변제 대상은 28.8%에 그쳤다. 우려했던 대로 피해 구제가 미진한 것이 확인된 셈이자 실질적 지원책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존 보증금보다 시세가 낮은 역전세난 속에 새로운 전세사기 의심 사건도 터지고 있어 정부는 실효적 대책을 신속하게 재정비해 피해자들의 주거권을 보호해야 한다.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이용했다고 응답한 가구는 51.9%였고, 그중 48.7%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특별법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피해자 신청을 하지 않은 가구도 33.7%에 달했는데, 신청을 아예 하지 않은 이유로는 ‘준비가 안 돼서’가 29.8%로 가장 많았으며, ‘신청 방법과 절차를 몰라서’가 24.0%, ‘인정받지 못할 것 같아서’가 14.1%, ‘실효성이 없어서’도 10.3% 등의 이유가 뒤따랐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 10명 중 7명은 보증금을 못 돌려받을 위험이 있다는 분석결과도 나왔다. 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네트워크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를 본 1,490가구의 등기부 등본을 분석한 결과, 71.2%인 1,061가구가 ‘최우선 변제 대상’도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가 은행 등 다른 담보권자보다 먼저 보증금 일부를 돌려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최우선 변제 채권에 해당하려면 지역마다 정한 보증금 상한선보다 개인의 보증금액이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네트워크는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는 주택 임대차보호제도 미비, 역대 정부의 무분별한 전세 대출과 보증 확대 정책, 등록임대사업자 및 불법 주택 등에 대한 정부의 관리 부실로 인한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사태는 당초 채권 매입을 통한 선 구제·후 회수 도입, 최우선 변제권 확대 같은 적극적 구제책이 논의만 되다 정부 반대로 빠진 탓이다. 반면 당사자가 피해를 인정받기는 까다롭다. 지난 10월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전세사기피해자 결정 부결 현황’에 따르면 피해자 결정 과정에서 94%인 530건이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제3조 제1항 제1호 ‘다수’와 제4호 ‘기망·사기 의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더러 고의성이 있는 범죄인지 아닌지 증명하라는 격이다. 정부가 제공한 저리 대환대출은 받기 쉽지 않아 피해자 이용률이 5%대에 그치고 있다. 소득 요건을 당초 부부 합산 7,000만 원에서 1억 3,000만 원으로 완화했다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전국 각지에서 모인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지난 10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국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집중 집회’에서 “피해자의 보증금을 적극적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돕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말하고, “현행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은 실효성이 없다.”라며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특별법에 따라 설치된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는 지난 4개월 동안 6,063명을 피해자로 결정하고 664명은 부결, 365명은 적용 제외했다.”라며 “그러나 피해지원위가 발표한 피해 현황은 까다로운 피해자 요건을 충족한 사례들이 대부분이고,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수사 없이 자력으로 임대인의 기망이나 다수의 피해 여부를 입증해야 하는 피해자의 경우에는 애초에 피해자 결정신청 자체를 미루거나 꺼리는 상황”이라고 특별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인천 미추홀구에 이어 최근 경기 수원시에서도 수백 명이 전세 계약 만료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 피해가 발생했다. 연락이 끊긴 임대인 정모씨 부부와 아들, 이들이 세운 부동산 법인과 관련된 신고는 이미 400건을 넘어섰다. 지난 10월 15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도전세피해지원센터’에 지난 10월 13일까지 들어온 수원 전세사기 의혹 사건의 임차인 피해 신고는 모두 408건으로 집계됐다. 경찰에 접수된 고소장도 132건을 넘어서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양상이다. 임차인들이 자체 조사한 정씨 일가 소유 건물 51개 동 가운데 확인이 가능한 11곳의 보증금 합계만도 333억 원에 달한다. 나머지 건물까지 합치면 전체 보증금은 1,000억 원도 훨씬 웃돌 가능성이 큰 데다 추가 발생도 우려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향후 1년간 만기가 돌아오는 전세가구 5가구 중 3가구, 규모로는 65만 가구가 역전세 위험이 있다. 저금리 주택가격 상승기에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도입·확대하면서도 관리는 소홀했던 역대 정부의 실책이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로 터져 나오는 중이다. 경제적 약자인 청년과 서민들의 주거와 삶이 흔들리고 있다. 국회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을 하루빨리 개정해 피해자 구제에 나서야 한다. 나아가 민간 중심인 임대주택 정책의 공공 중심 전환도 서둘러 검토되어야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 10월 13일 전세 보증금을 2억 원 이상 떼먹은 악성 임대인 신상을 연말 인터넷에 공개키로 했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지만 고의적인 전세사기 일당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당연하고 마땅하다. 자본력 없이 대출로 규모만 키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처지인 부동산 법인에 대한 실태조사 후 선제적 관리에 나서는 것도 결단코 미룰 사안이 아닌 만큼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공인중개사들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 아닐 수 없다. 계약 당시 선 순위 근저당권이 있었던 가구 비율은 62.7%에 달했다. 선 순위 근저당권이 있는데도 계약한 주된 이유(복수 응답)로는 ‘공인중개사 등 제3자의 설득·기망’이 86.7%, ‘선 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지 않은 집을 찾을 수 없어서’가 40.9%, ‘정확한 매매가와 전세가 시세를 알 수 없어서’(40.7%) 등을 꼽았고, 전세사기·깡통전세 5가구 중 3가구나 피해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 만큼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을 보완하는 것은 최우선 당면 과제다. 법으로 모든 전세 피해자를 구제할 순 없겠지만 법에 구멍이 있다면 서둘러 보완해 젊은 임차인들의 눈물을 닦아 줘야 하는 당위를 준엄한 사회적 책무로 인식하고 서둘러야만 할 화급함이 뜨겁다.(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